오피니언 사설

남북경협-북핵 해결, 투트랙 전략 구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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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란 핵 협상 타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유일하게 남은 북한 핵 문제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과 평양에 경제단체 연락사무소 설치를 비롯해 획기적인 남북경협 구상을 내놓았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대대적인 남북경협을 제안한 것이다. 때마침 어제 남과 북은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열고, 공단 근로자 임금 인상 등 당면 현안을 논의했다.

 전경련은 15일 남북경협 ‘신(新) 5대 원칙’을 발표하고, 7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평양과 남포를 아우르는 광역 평양권 산업단지 조성, 개성·금강산 경협 재개와 확장, 북한 산업 인력 양성, 한반도 서부축 경제협력 루트 확보 같은 파격적 제안이 포함돼 있다. 화폐 개혁 실패 이후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하는 등 북한에 시장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 남북경협을 본격화할 수 있는 적기라는 나름의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북경협은 두 가지 장애에 봉착해 있다. 5·24조치라는 눈앞의 장애와 북핵이라는 근본적 장애다. 천안함 폭침에서 비롯된 5·24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북한이 당국 간 대화에 나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북한의 태도에 따라 극복이 가능한 문제다. 북핵 문제는 다르다. 핵무기를 체제의 생명줄로 여기고 있는 북한은 핵 무력 증강과 경제 발전의 병진노선을 내걸고 핵 포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은 이란과 다르기 때문에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기 전에는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터에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북경협을 재개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라고 현금을 제공하는 꼴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만하다. 따라서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거나 핵을 안고 쓰러질 때까지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희망적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잊을 만하면 등장했던 북한 붕괴론은 매번 불발로 끝났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이고, 외부 위협을 핑계로 독재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고통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북핵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경제 교류와 협력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하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남북경협은 양측 모두에 이익이다. 북한은 낙후된 경제를 살리고, 남한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통일 준비에도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70년 분단 구도는 더욱 고착화된다. 북한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남북 당국 간 대화부터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