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2004년초 거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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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해외 지분매각과 소액주주 지분분산 요건 미달로 1999년 이후 거래정지 중인 제일은행이 내년 초 주식 거래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 캐피털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8일 "제일은행의 경영상황은 최근 3년간 계속 좋아졌다"며 "거래 재개 시점으로 내년 초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 자산 40조원을 돌파하고, 자기자본 이익률(ROE)도 20%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헨 행장은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과 예금보험공사는 제일은행의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따라서 시장상황을 탄력적으로 봐가며 거래재개 시점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재개될 때 제일은행의 주당 예상 가격에 대해 코헨 행장은 "최근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주당 장부가는 9천원선"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은행보다 충당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주당 가격은 장부가를 상당 부분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월 말 주총에서 제일은행 임원들에게 주어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1만7천2백62원이었다.

제일은행이 주식 거래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숫자가 늘어나고, 소액주주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갖는 등 주식 분산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와 관련, 코헨 행장은 "증자를 하거나 뉴브리지와 예보가 같은 비율로 지분을 팔아 분산요건을 충족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지분 비율은 당초 뉴브리지가 51%, 예보(재경부 포함)가 49%였으나 지난달 예보가 지분 5%(9백80만주)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예보가 최대 주주가 됐다.

그러나 1999년 말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할 때의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경영권은 여전히 뉴브리지가 행사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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