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통일 천천히 돼도 좋다"

중앙일보

입력

방일 중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8일 도쿄방송(TBS)의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 "평화를 확고히 하고 번영을 이뤄나가면 정치적 통일은 늦어져도 좋다"며 "통일은 천천히 돼도 좋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북한에 관한 이념적.논리적.법적 질문은 남북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해 북핵을 포기하게 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면 어느 때인가는 통일이 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盧대통령은 또 "(북한이 위험하다는 질문에 대해) 그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지만 냉정히 분석하면 북한은 우리보다 약하고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면서 "사실과 다르게 너무 불안하게 생각하면 잘못된 충돌로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며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이끌 수 있다"고 언급했다.

盧대통령은 이에 앞서 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이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두 정상은 4개항의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요구한 뒤 "이와 관련해 5.14 한.미 정상회담과 5.23 일.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양국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미.일 정상회담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와 압력'이 필요하다고 합의했었다.

盧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는 대화와 압력이 병행돼야 하지만 한국 정부 입장으로선 대화쪽에 좀더 비중을 두어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견에서 "북한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경우엔 한.미.일 3개국이 긴밀히 협의해 더욱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평화적 해결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들"이라고 언급했다.

두 정상의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돼야 한다"며 "북핵 문제 등이 평화적이고 포괄적으로 해결되고 북한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대북 지원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정상은 특히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후속 회담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한.일 양국이 참여하는 다자대화에 강한 기대를 표명했다.

한편 두 정상은 이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교섭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하고 김포 하네다(羽田)공항 간 항공편 조기 운항도 추진키로 했다.
도쿄=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