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코너로 몬 ‘강철 장관’ 쇼이블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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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쇼이블레

13일(현지시간) 타결된 그리스 채무협상의 주인공이자 악역(惡役)은 볼프강 쇼이블레(73) 독일 재무장관이다.

 유로 통합의 강력한 지지자인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협상 초기부터 “부채 탕감(헤어컷)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진보 성향 매체들이 공공연히 쇼이블레의 이름 앞에 ‘매파(hawkish)’ 재무장관이란 수식을 붙일 정도다.

 지난 11일엔 독일 재무부가 그리스를 최소 5년 동안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한시적 그렉시트’ 해법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의 악명이 더욱 높아졌다. 독일 재무부는 “플랜B(예비계획)로 검토된 실무보고서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쇼이블레의 복심(腹心)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스 채무협상을 통해 쇼이블레는 반(反)독일 진영의 공적(公敵)이 됐다. 하지만 반대로 국내에선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쇼이블레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인 70%를 기록해 67%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앞질렀다. 쇼이블레는 보수정당인 기독 민주당(CDU)에 40년간 몸담은 관록의 정치인이다. 그는 197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84년 당시 헬무트 콜 총리의 지명으로 특임장관에 올라 87년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의 서독 방문을 이끌어 냈다. 89년 내무장관을 맡아 같은 해 11월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뒤 통일협상을 주도했다.

 그의 정치역정에 고난이 찾아온 건 90년이었다. 선거 유세 도중 정신이상자의 총격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얻었다. 통일 후 정치인에 대한 첫 암살 시도라는 점에서 독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6주 만에 휠체어를 타고 정계에 복귀해 ‘강철 정치인’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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