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동참 이끄는 '재활용 전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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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에도 쓰던 물건을 모아 되파는 가게들이 많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만큼 재미있는 곳은 없어요."

은행원인 남편과 함께 2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베벌리 루카스(33.여.사진.서울 성북구 성북동)는 아름다운 가게의 물품 기증자이자 자원활동가이면서 단골 고객이다. 브로셔 등 영어 번역이 필요하면 아름다운 가게 측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할 정도다.

루카스는 "구세군이나 굿윌 등 역사가 1백년이 넘는 미국의 재활용 업체보다 아름다운 가게가 훨씬 생동감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도 안 쓰는 물건을 이웃에게 파는 '창고 세일(garage sale)'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하지만 아름다운 가게처럼 물품의 기증과 구입, 자원봉사 활동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아름다운 가게가 문을 연 이후 10여차례 물품을 기증한 루카스는 "한 달에 한번씩 집안 대청소를 하다 보면 안 쓰던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아름다운 가게에서 새 것이나 다름없는 팝콘 기계를 싼 가격에 구입해 횡재한 기분이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 주변 외국인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가게의 기증 문화를 전파하는 데 열심이다.

지난주에는 7년간 한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영국인 부부가 루카스의 소개로 1t 트럭 한 대분의 물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웃 외국인 친구들이 아름다운 가게에 보낼 물건이 있으면 이젠 저희 집에 놓고 갑니다. 우리 집이 어느새 기증품 수거 장소이자 동네 사랑방이 됐어요."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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