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풍기 잘못 조작해 터널 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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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종로구 홍지동 내부순환로 홍지문터널 내 차량추돌 및 화재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8일 사고 당시 터널 내 정전이 근무자의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과부하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근무자인 金모씨가 사고 직후 당황해 환풍기를 '역방향'이 아닌 '정방향'으로 작동했으며, 7초 후 다시 역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기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역방향으로 조작하면 터널 내 공기가 외부로 배출되며, 정방향의 경우 외부 공기가 터널로 유입된다.

이 관계자는 "환풍기 작동을 제어하는 컴퓨터에 이 같은 기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방재설비 작동 규정에 따르면 환풍기 작동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정지명령을 입력한 뒤 15분이 지나 재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측은 "정전이 터널 환기장치의 자동제어 시스템 결함으로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단 측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관실 입회 아래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 실제로 기기를 조작한 결과 구룡터널의 경우 정전현상이 없었으나 홍지문터널에서는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환풍기는 컴퓨터로 작동명령을 입력한 뒤 15초 후에 작동되므로 관리자가 정방향에서 역방향으로 전환한 7초 사이에는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감사관과 시설관리공단.건설안전본부.전기안전공사.터널 전기설비 시공사 등 5개 기관 합동으로 조사반을 편성, 화재사고 당시 기계실의 차단기가 작동하면서 전력공급이 중단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필규.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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