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지고 라켓 부순 정현, 단식서 뒤집기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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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1일 U대회 테니스 남자복식 결승전 패배 후 정현이 집어던진 라켓은 두동강이 났다. [광주=뉴시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상지대·삼성증권 후원)이 광주 U대회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웃지 않았다. 전날 남자복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친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했다.

 세계랭킹 79위 정현은 12일 광주 염주전천후테니스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아슬란 카라체프(22·세계 180위)에 2-1(1-6 6-2 6-0)로 역전승했다. 정현은 단·복식, 혼합복식 결과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단체전에서도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앞서 11일 남자복식 결승에서 정현은 남지성(22·부산시테니스협회)과 호흡을 맞춰 조셉 세인스버리-매튜 월시(영국) 조를 상대했다.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1-2로 패했다. 3세트 타이 브레이크에서 8-10으로 지자 정현은 화를 참지 못하고 라켓을 집어던졌고 라켓은 손잡이 부분이 두 동강 났다. 그는 “내가 못해서 졌다. 지성이형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현을 지도하고 있는 윤용일(42) 코치는 “ 패하면 억울해서 잠도 못 자는 친구다. 정현은 승부욕이 강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절치부심한 정현이 12일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오른쪽 사진). [광주=뉴시스]

 하루 뒤 열린 단식 결승에서 그는 더 독해졌다. 1세트에서 1-6으로 밀린 정현은 2세트부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특유의 정교한 스트로크 공격이 살아나면서 2세트를 6-2로 이겼다. 세트 막판 카라체프가 왼 발목을 다친 걸 간파한 정현은 3세트에서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정현은 “다른 테니스 대회와 달리 U대회는 매년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값진 금메달”이라며 “이번 시즌을 잘 마치고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탁구에서는 2011년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23·포스코에너지)가 김민석(23·KGC인삼공사)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탁구가 중국세를 뚫고 U대회 금메달을 딴 건 사상 처음이다. 배드민턴에서는 신승찬(21·삼성전기)이 여자복식·혼합복식 금메달을 따 8일 단체전을 포함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남자축구는 11일 전남 영광스포티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준결승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13일 나주공설운동장에서 이탈리아와 결승전을 치르는 한국은 91년 대회 이후 2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12일 오후 10시 현재 금메달 43개, 은메달 28개, 동메달 26개로 U대회 사상 첫 종합 1위를 확정지었다. 2위 러시아(금32, 은37, 동43), 3위 중국(금32, 은19, 동15)과 금메달 차이가 11개로 벌어진 가운데, 두 나라 모두 13일에 기대할 수 있는 금메달이 한 자릿수라 한국의 종합우승이 확정됐다.

광주=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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