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변할 줄 모르는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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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하루 동안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자들이 쏟아낸 말이다.

"일부 주자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대의원 명단을 확보해 여론조사(기관) 같은 데 흘려 자기가 1등이네, 2등이네 얼토당토 않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강재섭 의원, 출마선언에서)

"최근 모 주자 측에서 무차별 살포하는 모 언론사 여론조사 보도물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 왜곡한 것이다."(서청원 의원, e-메일에서)

또 있다. 최병렬 의원은 지난주 출마선언에서 "모 주자 부인이 부산지역 지구당 세 군데를 돌며 향응을 베풀었다"고 주장했다.

바닥에서 도는 얘기는 더 어마어마하다. 한 주자 부인이 지구당 간부들에게 지갑.허리띠를, 한 주자가 위원장과 당직자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1백억원대 자금 살포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당 선관위는 뒷짐을 지고 있다. 지구당 방문을 이유로 후보 5명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최근엔 인천 지구당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위해 당원을 모은 것에 대해 공명선거소위 김문수(金文洙) 의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다들 해온 것"이라며 넘어갔다.

지적받은 주자는 오히려 金의원에게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냐"는 폭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불법 선거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해당(害黨)행위로 비춰지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이쯤에서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왜 패배했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기 바란다. 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는 것을 벌써 잊은 듯하다.

고정애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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