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만에 '메카 순례' 소원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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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백32세 노인의 기도가 이루어졌다.영국 BBC방송의 인터넷판은 8일 인도 라자스탄주에 사는 하비브 미얀(사진)이 평생 소원으로 삼던 메카 순례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얀의 나이는 정확하지 않다. 본인은 1백32세라고 얘기하고 있으나 65년 전부터 기록되고 있는 그의 연금 지급대장에는 1백25세로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노쇠하고 가난한 노인의 꿈 하나만은 세기를 넘어 확고부동했다. 신을 향한 집념이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1938년 이후 매달 1천9백 루피(약 4만8천원)씩 받는 연금이 고작. 고령으로 장거리 여행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 하는 것은 차라리 그 다음의 문제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우연히 미얀의 이러한 사연이 영국 BBC의 인터넷판에 보도됐고 이 기사를 읽은 두 영국인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미얀을 도와주기로 한 두 사람은 미얀을 돕는 것이 자신들에게 영광이며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방송에 전했다. 어렵게 인터뷰에 성공한 BBC 방송도 그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기부자 중 한 사람은 런던에서 사업을 하는 칸(가명.30). 그는 "나는 그것을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을 도와줄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부자인 라만(가명.31)은 사우스 요크셔주 로테르담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평범한 사람. 그는 "신이 나에게 부(富)를 허락해 주었듯이, 동시에 지구 다른편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얀이 그가 살고 있는 자이푸르에서 메카로 다녀오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정확하게 계산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1백세를 훨씬 넘긴 미얀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독지가들은 미얀의 여행을 도와줄 가족 두사람의 여비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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