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대륙 "대륙지터요?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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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 지터요? 감사하죠."

8일 잠실 롯데-LG전. 롯데 팬들은 0-1 패배에 실망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신예 유격수 김대륙(23)이 깔끔한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김대륙은 4회 정성훈 타석에서 바운드가 높게 튄 타구를 침착하게 잡은 뒤 1루에 송구했다. 0-0으로 맞선 9회에는 3루수 쪽 깊은 타구를 잡아 다시 한번 정성훈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연장 10회 말에는 2루를 타고 나가는 채은성의 타구를 독수리처럼 낚아채 한 바퀴 빙글 돈 뒤 1루로 뿌려 아웃시켰다.

롯데는 주전 유격수 문규현이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간 상태다. 문규현 대신 유격수로 주로 나서는 오승택은 타격은 좋지만 수비가 불안하다. 그런 상황에서 빠른 발과 날렵한 풋워크로 대륙처럼 넓은 수비 범위를 펼치는 김대륙의 등장은 롯데 내야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유격수 데릭 지터(은퇴)의 이름을 딴 '대륙 지터'란 별명까지 등장했다. 9일 경기 전 만난 김대륙은 "사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는 신본기(26) 선배다. 동아대 3년 선배라 1년간 같이 야구를 했는데 성실하고 잘 해서 닮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지만)수비할 때 언제 실수할 지 모르니까 긴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철공고-동아대를 졸업한 김대륙은 2차 5라운드 전체 48순위(계약금 6000만원)로 입단한 신인이다. 육성선수로 전환됐던 그는 뛰어난 수비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정식선수가 되면서 1군에 올라왔다. 아직 선발 출전은 5번 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종운 롯데 감독도 "수비 범위만큼은 우리 팀 최고"라고 엄지를 세울 정도다. 다만 아직까지 타격은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18타수 2안타(타율 0.111). 김대륙은 "수비는 자신있다. 타격도 자신은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이 감독은 "공을 방망이로 맞히는 능력은 좋다. 경험이 좀 더 쌓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대륙은 "현재 체중이 78㎏이다. 프로에 온 뒤 조금 빠졌다가 늘었다. 앞으로 85㎏까지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대륙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훤칠한 외모다. 팬들 사이에서는 모델같은 체형의 구자욱(22·삼성)과 아이돌 그룹 멤버같이 생긴 박정수(KIA)와 함께 '얼짱 선수'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김대륙은 '본인이 잘 생겼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주위에서 '잘 생겼다'고 해주시니까…"라고 웃었다. 그는 "자욱이가 이목구비가 뚜렷해 나보다 나은 것 같다"며 "아직 여자친구는 없다. 야구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대륙의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들 정도다. 김대륙은 "아버지가 큰 땅처럼 큰 사람이 되라고 대륙(大陸)이라고 지어주셨다. 마음에 든다"며 "주변 사람들이 잘 기억해줘서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외모로 관심을 받는 것이 쑥스럽진 않다. 다만 야구를 잘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야구를 잘 해서 관심을 받고 싶다. 경쟁에서도 지고 싶지 않다. 올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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