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은 피하려는 김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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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빈 기자]

“방법이 없다! 무슨 수가 있겠노!”

 7일 오후 2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제7 간담회장 밖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고성이 흘러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하며 성명을 냈던 재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였다. 8일 오전 열릴 의원총회에선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선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민식 의원은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권고 결의안을 처리하는 형식에 문제가 있다”며 “결의안의 명칭도 미리 결론을 정해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초 당 지도부가 밝힌 결의안의 명칭은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이었다. 뒤집어보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에 지장이 있다’는 의미다. 명칭부터가 유 원내대표에겐 압박이었다.

 의총을 열어 이런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방안은 6일 심야에 김 대표가 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재신임안을 의총에서 표결하자며 ‘가혹한 퇴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결사 반대하면서 ‘의총 개최→사퇴권고 결의’라는 중재안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원 의장은 결의안 제목에 ‘사퇴’란 표현 대신 ‘정치적 결단’이란 표현을 쓰자고 주장했으나 친박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대표는 ‘형식’(권고 결의안)에선 원 의장의 주장을, ‘내용’(사퇴)에선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 대표의 측근은 “ 8일 의총은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 대표가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가능한 한 표결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결의안을 문장으로 만들어 의총에서 발표하고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의안 문구도 원 의장에게 만들라고 했으나 원 의장이 고사해 대표실에서 문구를 쓰는 걸로 결론 났다.

 오후에는 별도의 문구(결의안) 없이 의총에서 자신이 유 원내대표의 공과를 설명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김 대표는 주변에 “승민이가 ‘의총에서 목을 쳐달라’는 식”이라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문제는 김 대표의 이런 ‘동분서주 중재’가 의총에서 먹히느냐다. 당장 김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친박·비박계 모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김 대표의 측근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중재안이란 건 없어 김 대표의 처지가 몹시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글=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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