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종걸 “자유투표” 설득 … 야당 강경파 보이콧 밀어붙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종걸, 김무성 찾아 “국회법 투표합시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의 건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사실상 폐기됐다. 투표 진행 중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손을 끌며 표결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왼쪽 앉은 사람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이 안건(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합니다.”

 6일 오후 4시35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투표 시작 55분 만에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5월 25일 ‘찬성 211명, 반대 12명, 기권 21명’으로 국회를 통과했던, 법률의 취지에 어긋난 정부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은 38일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투표 불성립’으로 표결이 무산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61개 법안을 처리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약속대로 본회의에 들어가기로 하되 (찬반 투표는) 자유롭게 결정하면 어떤가”라고 말하자마자 강경파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들어가선 안 된다”(박지원), “당원과 지지자는 단호한 모습을 요구한다. 거부권 정국이 연장되는 게 우리에게 좋다”(이목희), “민주주의가 짓밟힌 날, 대통령 발 아래 두어진 치욕스러운 날”(은수미)이라는 강경발언이 속출했다. 이들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건파인 최원식 의원은 “자존심은 상하지만 우리가 자존심을 접고 나가면 대승적으로 크게 보일 것”이라며 법안처리를 주장했다.

 오제세 의원도 “오늘 처리하나, 7월 20일 처리하나 뭐가 다르냐. 우리도 여당이 되면 이렇게 (책임 있게) 하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운 의원은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고, 추경과 연계하는 게 어떻게 보이겠느냐. 진다고 생각해도 이길 때가 왕왕 있는 게 정치”라고 했다. 법안처리를 주장하는 온건파와 반대하는 강경파 간 설전은 팽팽했으나 점점 강경파 쪽으로 기울었다.

 ▶주승용 의원=“오늘은 국회가 제 몫도 못 찾은 날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홍의락 의원=“이렇게 당할 줄 알았던 것 아닌가. 왜 갑자기 몰랐던 것처럼 그러나. 갑자기 화내면 오히려 점수 깎인다.”

 ▶양승조 의원=“학교 다닐 때 맞으면서 항의하지 않는 사람은 힘없다고 오히려 왕따 당하지 않나. 우리가 맞았는데 항의도 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석현 의원=“어차피 20일까진 여당이 우리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야당은 경험적으로 봤을 때 애매할 때 버티는 게 낫더라.”

 결국 새정치연합은 ‘표결처리 불참’을 결정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본회의를 개최해 61개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오후 9시30분까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까지 동원해 겨우 의결정족수(150명)를 채웠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안처리는) 7월 1일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한 것”이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본회의에 새정치연합이 불참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61개 법안 처리에 야당이 불참한 것과 정반대로 앞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때는 새누리당이 표결에 불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투표엔 불참했다.

 새정치연합은 최대한 투표지연작전을 폈다. 야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꼼짝 못하고 입장을 뒤집은 새누리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각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의석을 찾아 웃는 얼굴로 “투표하시라”고 권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물론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날 명패를 내고 투표소에 들어간 이는 모두 130명(새정치연합 122명)이었다. 투표 종료 선언 직전까지 최대한 기다리다 투표하려 했던 문재인 대표 등 8명은 불참 처리됐다. “표결이 성립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위헌”이라며 일찌감치 투표 참여를 예고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했다.

 표결이 무산된 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입법 활동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문재인 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파산선고”라며 “국회와 국민을 배신하고 헌법을 배신한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글=이지상·김경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