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돌고 돌아 홈쇼핑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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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세계그룹이 20년 숙원사업이던 TV홈쇼핑 산업에 우회적으로 진출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일 신세계가 제출한 드림커머스의 최대주주 변경안을 승인했다. 변경안은 TV기반 전자상거래(T커머스) 업체인 드림커머스의 최대주주를 현재 화성산업에서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로 바꾸는 내용이다. 이마트는 2주일 내 드림커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70% 이상과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T커머스는 TV홈쇼핑 동영상을 보면서 리모콘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이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라 차세대 유통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는 중구 본사에 T커머스 사업부를 마련하고 30여 명의 홈쇼핑 전문 인력을 확보해 T커머스 채널 개국 준비를 마쳤다.

 신세계는 최근 20년간 꾸준히 TV홈쇼핑 사업에 진출하려 했다.대형 유통업체 중에선 신세계만 홈쇼핑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홈쇼핑 강자인 CJ오쇼핑·GS홈쇼핑이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유통 라이벌인 롯데·현대백화점도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에도 T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해 드림커머스 경영권 확보에 나섰지만 미래부가 승인을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미래부가 “T커머스가 TV홈쇼핑의 우회 진출 통로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실상 T커머스 사업자를 규제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올해 다시 드림커머스 인수에 나서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미래부에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바람이 분 것도 신세계의 재도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래부가 최대주주 변경 승인심사 기간을 당초 5월 말에서 6월 말로 연장하면서 이번에도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국 미래부는 “크게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며 변경안을 승인했다.

 신세계는 이번 T커머스 시장 진출로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에 이어 주요 유통 채널을 모두 갖추게 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유통업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새로운 유통 채널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백화점과 이마트의 유통 노하우를 활용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적극 발굴하는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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