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격 받을때 가정한 전시동원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 국회를 6일 최종 통과한 '유사(有事)법제'는 말 그대로 유사시에 대비한 법률이다.

외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지휘계통은 어떻게 하고, 어떤 시설을 자위대가 이용할 수 있으며, 자위대 활동을 위해 국민의 재산은 어떻게 수용하는지 등을 규정한 것이다.

일본이 현재 헌법상 전쟁을 부정하기 때문에 '유사'란 단어를 썼을 뿐 사실상 전시(戰時) 동원법이다.

유사법제는 크게 ▶무력공격 사태 대처법▶개정 자위대법▶개정 안전보장회의법 등 3개 법률로 이뤄진다.

이중 무력공격 사태 대처법은 외국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정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개념과 절차를 담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할 경우 먼저 이를 '공격 예측사태'로 판단하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게 된다.

이어 공영방송 NHK와 민간 방송국에 무력 공격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對)국민 경고방송을 요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주민 피란 조치를 마련한다는 식이다.

개정 자위대법은 유사시 원활한 자위대 활동을 위해 민간인의 협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자위대는 총리의 출동 명령 없이도 방위청 장관 명령만으로 민간 소유 토지에 진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개정 안전보장회의 설치법은 자위대.방위청.경찰청.외무성 등이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안전보장회의에 설치해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일본 정부는 유사법제가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방위청장관은 "당연히 있어야 했을 법률들이지만 일본 헌법이 '무력 보유 및 행사'를 부정해 왔기 때문에 공백 상태가 계속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내 보수 언론들도 정부 입장을 옹호하며 유사법제 통과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비난 목소리를 냈다. 일본 교직원 조합(日敎組)은 이날 성명에서 "무력공격 사태법 등의 발동을 막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저널리스트 회의도 "유사법제는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미국 전쟁에 무조건 국민을 동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