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수사기관 손발 묶은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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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용인 땅 의혹과 관련, 이기명 전 후원회장에게 보낸 공개 편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의 손발을 묶은 셈"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민주당은 "진솔한 인간미가 드러난 편지"라고 옹호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민주당 의원도 盧대통령의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다분히 작위적이고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왜 의혹에 찬 시선을 보내는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진정 盧대통령이 떳떳하다면 곧바로 검찰 수사를 지시하라"고 요구했다.

김문수(金文洙)의원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억울함과 애정을 표시하면 수사기관이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느냐"며 "모든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것이나 대통령 측근의 비리 의혹 규명을 인권 침해로 보는 시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상웅(朴相雄)부대변인도 盧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의혹을 거론한 사례를 들며 "의혹 제기도 남이 하면 비난받을 일이고, 자신이 하면 당연하고 명분있다는 얘기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평수(李枰秀)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과거 권위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는 낯선 장면이겠지만 수평 사회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에서는 친근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호(金成鎬)의원도 "자기를 오랫동안 후원해준 분에게 인간적 고뇌와 애정을 표시한 것까지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으냐"고 감쌌다. 하지만 조순형(趙舜衡)고문은 "개인적 서신을 왜 굳이 공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훈평(李訓平)의원도 "대통령은 마지막 보루인데 이렇게 직접 나서도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 어떡할 거냐"고 했고 이강래(李康來)의원은 "탈권위주의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사적 감정의 공개 표명은 신중히 다룰 문제"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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