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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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58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화가 「조르지 루오」는 수수께끼투성이의 인물이다. 어느 유파의 화가로 규정할 수 없다. 「마티스」와 변함없는 우정을 맺었지만 결코 야수파의 사람도 아니었다.
또「귀스타브 모로」의 문하에서 배우고 그의 사후 모로미술관의 관장이 될 정도로 스승을 존경했지만 두사람의 화풍은 아주 달랐다. 「벤투리」는 억지로 그와 비슷한 것을 찾으려면 13세기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점에서 그는 현대에 재생한 중세인이란 평을 들었다. 그의 작품의 주제는 크게 세가지다. 매춘부와 어릿광대와 성서.
구원을 받고자하는 매춘부, 구원을 가져오는 자로서의 그리스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어리석은 인간인 어릿광대.
그는 자신을 어릿광대로 묘사했다. 어릿광대는 인간자체이기도 하다. 비애로 가득찬 생명의 모습이다.
그의 창녀상들은 추괴의 전형이었다. 『그는 유방을 찌그러뜨리고, 배를 째고, 엉덩이를 붓게 하고, 발을 비틀고, 얼굴을 울퉁불퉁하게 한뒤 피의 붉은 색과 썩은 녹색을 마구 칠했다』고 평론가 「코키요」는 쓰고 있다.
그러나 「코키요」는 그련 창녀상을 결국 「새 대성당의 더없이 훌륭한 스테인드 글라스」에 비유, 칭찬했다.
「루오」자신도 『조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연민하는 것』이라고 술회했던것도 기억해야한다.
추악한 인간사회의 밑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슬픈 희생에 대한「루오」의 동찰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때때로 그는「어둠의화가」란 평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종교적 인간이다. 창녀를 그리고 어릿광대를 그려도 그는 항상 종교적 증언을 했던것이다.
그의 대표적 판화집 『미제레레』도 예외는 아니다.
시편에서「다윗」은 『미제레레 메이데우스』 (신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외쳤다.
판화집 『미제레레』에 나타난 모습들은 그런 절실한 인간의 아픔을 보여준다.
거기에 나타나는 그리스도는 수난의 그리스도다. 수난은 곧 성스런 사람이다. 수난은 사랑에 의해 세상의 비참함을 스스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는가난한 사람, 늙은사람, 밑바닥인생의 얼굴 위에 은밀히 나타나고 쓸쓸한「변두리의 풍경」에도, 가을철「황혼」속에도 소리없이 드러난다.
그점에서「루오」는 어둠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고뇌에서 환희로 나아가는 길을 탐구하는 것이다.
지금「루오판화전」이 중앙일보 주최로 중앙갤러리에서 처음 열리고 있다. 그의 판화 90% 이상을 볼수있는 이 전시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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