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 전환하는 대전고, 동문들 “100년 전통 교명 바꾸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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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제고로 바뀔 예정인 대전고의 교명을 놓고 논란이다. 동문들은 지금의 교명을 꼭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교명에 ‘국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전고 총동창회장과 기수별 이사 등 60여 명은 지난달 30일 대전시 대흥동 동창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국제고 전환 문제를 논의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찬성하지만 교명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창회 관계자는 “국제고로 바뀌면 남녀 공학이 되고 교가 등 모든 것이 바뀌어 정체성을 잃게 된다”며 “정체성 유지를 위해서는 지금의 교명을 꼭 지겨야 한다는 게 동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달 2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제고 교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전국제고로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국제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학교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설 교육감의 설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명 변경 문제는 국제고로 전환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동문회와 대전고 운영위원회 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해 국제고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고는 지난 1월부터 국제고 전환을 추진해왔다. “고교 진학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고 전환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개교 100년이 되는 2017년 신학기부터 국제고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전고는 1917년 개교해 3만8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김각영 전 검찰총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졸업했다.

신진호 기자 shin. 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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