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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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홍수원.구자현 옮김/중심, 2만2천원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최다 인물 탐구 대상이 됐던 아인슈타인. 그의 뇌까지 소설의 글감이 되고 전시가 되는 마당에 "이제 아인슈타인은 그만"이라고 외쳐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는 아인슈타인이 남긴 기고글.연설문을 엮은 책이 나왔다. 그런데 아인슈타인 관련서는 1백여종에 달해도 직접 쓴 글은 보기 드물다고 한다. 그의 글이 비유가 많고 문장 구조가 복잡해 해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이유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라고 말하던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육성으로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일단은 이 책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뛰어난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깊이를 지닌 명문장가.명연설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들이 그의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극찬에 대해 "개인을 예찬하는 행위는 언제나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겸양을 보이고, 한 인권단체 상을 받는 자리에서는 "여러분의 결정에 다소 실망했습니다"라며 연설 서두를 꺼내기도 한다.

본인은 물리적 현상의 구조를 깊이있게 파악하는 일에 능력을 바쳤을 뿐이며 불의와 억압에 맞서 싸우거나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으므로 본인에게 쏟아지는 존경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책에는 과학과 종교.세계 평화.교육.유대인 문제에 대한 생각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이 한 역할과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이 가졌던 여러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까닭은 이 책이 이미 출간된 아인슈타인의 기고문.연설문.성명서.서한을 엮은 세권 책 중에서도 가장 비중있는 부분만 골라 주제별로 묶었기 때문이다.

책은 1934년 간행된'내가 보는 세상'과 34~50년에 나온 '만년으로부터', 53년 나온 '나의 세계관'을 자료로 삼았다. 그 중 '나의 세계관'을 기본 줄기로 다른 두권에서도 의미있는 글을 가려내고, 어떤 책에도 수록되지 않았던 글도 찾아 실었다.

젊은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아인슈타인이 가졌던 생각이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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