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국방연구개발…엉터리 전차 성능장비를 합격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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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성능미달 장비를 납품받고도 허위로 합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국방부와 ADD,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방연구개발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2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DD는 지난 2012년~2014년 A사로부터 무기 시험평가에 필요한 자동조종모듈과 내부피해계측장비 등을 80억3000여만원에 납품받았다. 전차자동조종모듈은 이동표적용으로 쓰이는 전차에 달아 자율주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비이고 내부피해계측장비는 전차의 온도나 진동, 충격 등의 피해를 측정하는 장비다.

ADD는 남품받는 내부피해계측장비가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이 불가능한데도 기술검사 성적서에 합격 판정을 내리고 물품을 납품받았다. 전차자동조종모듈도 실제로는 7세트를 납품받았으나 11세트가 납품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이후 시험과정 5세트가 손실됐는데도 9세트가 손실된 것으로 처리했다. 감사원은 11억6000만원의 국방예산이 A사에 부당지급됐다고 판단했다.

해군은 구형인 대함레이더와 항해레이더의 교체 문제가 지적됐다. 해군은 신형 레이더 개발을 완료했는데도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레이더를 일부 함정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구형레이더는 1년에 3회 핵심부품을 갈아야 하고, 고장이 잦은 문제가 있다. 감사원은 “구형 레이더 사용에 따른 잦은 고장과 부품 단종으로 함정무기체계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ADD는 국가예산으로 추진한 연구개발 결과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관리ㆍ감독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2년부터 2014년 9월까지 ADD 주관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한 민간업체들이 38건의 특허를 무단으로 출원ㆍ등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육군은 중대급 교전훈련장비의 운용시험평가 방법을 혹한기, 혹서기, 춘·추계 3계절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것에서 혹한기와 혹서기 평가를 생략할 수 있게 변경했다. 하지만 K-1 발사기 등에 사용되는 1.5V 알칼라인 상용전지와 개인용 감지기 등에 사용되는 3.7V 리튬이온전지는 저온에서 지속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혹한기에서의 시험이 필수적이었다. 실제 감사원이 감사기간 중 해당 장비를 저온에서 시험한 결과 발사기 2개 중 1개가 작동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방위사업청은 전술교량을 개발을 위해 B업체와 2007년 12월 계약을 맺었지만 시제품이 6차례나 전복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전술교량의 전력화가 최소 4년 이상 지연되는 등 작전수행에 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합동참모본부가 일부 함정에 설치된 레이더의 주파수 대역폭을 미래창조과학부가 승인한 내용과 다르게 운용함으로써 민간 무선기지국과의 주파수 간섭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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