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 신경 안 쓰는 미국 “고용·물가 관계 없이 금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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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피셔

그리스 사태가 금리 인상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분위기가 그렇고, 시장의 반응이 그렇다.

 Fed의 실세로 통하는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6월 30일(현지시간) Fed의 인식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아프리카 중앙은행장 모임 연설에서 “Fed는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고용이나 물가상승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시차를 갖고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즉 Fed의 양대 목표가 완벽하게 달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상황이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메시지다.

 피셔 부의장은 “다가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인상’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이 없었지만, 하반기 중 인상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피셔의 발언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시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으로 치닫으면서 유로존이 들썩거리는데도 그런 사정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낮추는 기색이 감지되지 않는다. 그리스가 불이 나도 Fed의 금리 결정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셔는 미국 금리인상이 가져올 파급효과(스필오버·Spillover)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일으켜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Fed 역시 신흥 시장의 금융 혼란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음이 분명해진 셈이다.

 중앙은행가들에 대한 충고도 했다.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특정 통화정책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각국의 경제사정과 목표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정답은 없으니 각국이 알아서 글로벌 금리 인상 시기를 헤쳐나가라는 얘기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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