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금메달리스트, 병원비 5만원 없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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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도 통산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네 개. 하지만 마지막엔 응급실 진료비 5만여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던 한 역도 선수가 유명을 달리했다.

 김병찬(45·사진)씨가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딴 건 스무 살 때였다. 직후 세계선수권에서도 연거푸 좋은 성적을 거뒀다. 스물 두 살이던 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성적은 4위. 그 뒤에도 국제대회에서 여러 차례 메달을 땄다. 그러다 96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보살펴주던 어머니가 2013년 세상을 뜨자 김씨는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49.2㎡ 임대아파트에서 정부가 주는 월 52만5000원의 ‘경기력향상연구연금’에 의존해 생활했다. 지난 6월 5일에는 심한 두통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가 병원비 5만8360원이 없어 지불각서를 쓰고 돌아갔다. 그 이틀 전에도 응급실에 들렀다. 당시 위장의 문제 때문에 다음날 혈액종양내과 진료를 받기로 했으나 김씨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 병원비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그는 26일 집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자주 들르던 이웃 주민이 그를 보았을 때는 이미 숨진 뒤였다. 사망 원인은 위장 내 출혈이었다. 김씨의 시신은 이복형에게 인계됐고 30일 화장돼 춘천안식원에 안치됐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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