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비밀번호 휴대폰 번호 쓰지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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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휴대전화의 번호를 입력해 보니 신용카드 비밀번호 열개 중 한개는 맞았다."

신용카드 번호가 담긴 한 구매 사이트 업체의 회원가입 신청서를 대량으로 입수한 뒤, 이를 신용정보 거래사이트를 통해 팔아 넘긴 혐의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구속된 조모(34)씨는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해 9월 무적차량(속칭 대포차)을 구입한 조씨는 트렁크에서 전 주인이 남긴 구매 사이트 업체의 회원 가입신청서 2천3백55장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회원의 신용카드 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가 담겨 있었다.

조씨는 각 신용카드사의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화를 걸어 '카드의 비밀번호를 누르라'는 안내 음성이 나올 때 카드 주인의 휴대전화 번호 뒤쪽 네자리 수를 입력해 봤다. 이런 식으로 모두 7백90개의 카드 가운데 80개(10.1%)의 비밀번호를 맞혔다.

조씨는 이 정보를 인터넷 신용정보 매매사이트에서 카드당 사용 한도액의 20~40%를 받고 신용카드 할인업자 10여명에게 팔아넘겼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신용카드사가 카드사용 내역을 원하는 회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해 주는 점을 고려,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용카드사 회원 명의로 가입한 뒤 문자메시지 서비스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편 조씨에게서 20여명의 신용정보를 사들인 정모(24)씨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 노트북 컴퓨터.디지털 카메라 등을 구입, 이를 되파는 수법으로 사흘 만에 1억5천만원을 챙겼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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