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 '잔칫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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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잘 던지고, 잘 때렸다. '코리아 특급'은 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빅 초이'는 시즌 첫 홈런을 날렸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부활을 알렸다. 14일(한국시간) 알링턴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박찬호는 7회 2사까지 3실점(5피안타.6삼진)으로 막아내 7-5 승리를 이끌었다. 같은 시간 최희섭은 LA 다저스 홈구장에서 이적 후 첫 홈런을 신고했다.

▶ LA 다저스의 최희섭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0-0이던 3회 말 결승타가 된 시즌 첫 홈런을 날리고 있다.[로스앤젤레스 AP=연합]

▶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가 천적 LA 에인절스의 타자를 상대로 최고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알링턴 AP=연합]

◆2회 세 타자 내리 삼진=에인절스는 12, 13일 이틀간 레인저스 마운드를 상대로 20점을 뽑아낸 강타선이었지만 박찬호의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는 물방망이였다. 박찬호는 특히 2회 초에 4번(앤더슨).5번(핀리).6번(카브레라)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최고의 피칭을 했다.

박찬호가 한 회에 세 개의 삼진을 잡은 것은 2003년 4월 1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이후 2년 만이다. 105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가 67개였고, 직구의 시속은 93마일(약 150㎞)까지 나왔다. 2회까지 최고의 피칭을 하던 박찬호는 3회 초 2사 후 숀 피긴스에게 불의의 홈런을 맞았다. 그러자 레인저스 타선은 3회 말 로드 바라하스의 적시타로 곧바로 1-1을 만들더니 5회에 4안타로 4점을 뽑아내 박찬호를 도왔다.

박찬호는 6-1로 앞선 7회에 3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으나 1사 2루에서 메이시어 이즈투리스를 2루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간 높은 연봉(5년간 6500만 달러.약 650억원)만큼 활약을 못한다며 박찬호를 비난했던 홈 팬들은 이 순간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의 승리는 여러 의미가 있었다. 레인저스 이적 후 에인절스전 전패(5패)의 사슬을 끊은 데다 올 시즌 레인저스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승리를 따낸 것이다.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은 "박찬호가 힘든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팀을 상대로 뛰어난 피칭을 했다"며 "낮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졌고 템포도 좋았다. 힘으로 타자를 상대하지 않았으며 느낌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첫 홈런이 바로 결승타로=최희섭으로선 손꼽아 기다리던 홈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1루수 겸 2번 타자로 나선 그는 3회 말 상대 선발 브렛 톰코의 2구째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시즌 처음은 물론 지난해 7월 31일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 첫 홈런이었기에 기쁨은 컸다.

다저스가 4-1로 승리하면서 최희섭의 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왼손투수에 약점을 보이는 최희섭은 올 시즌 세 차례나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날 1회 첫 타석 좌익수 앞 안타에 이어 짜릿한 홈런까지 뽑아내며 4타수 2안타를 기록, 타율도 0.067에서 0.158(19타수 3안타)로 끌어올렸다.

장혜수 기자

***박찬호 "80%의 힘으로 던져 공 컨트롤"

-홈구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아주 좋았다. 나를 구원한 론 메이헤이가 숀 피긴스를 삼진으로 잡아낼 때에는 짜릿하기도 했다."

-오늘 피칭에 대한 소감은.

"좋은 공을 많이 던졌다. 낮은 스트라이크 존을 잘 이용했고, 커브볼과 체인지업도 좋았다. 공의 무브먼트에 대한 이해를 했다. 스피드보다는 제구력과 공의 무브먼트가 어떻게 피칭에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

-예전에 비해 제구력이 크게 향상됐는데 비결은.

"예전에는 100%의 힘으로 던졌으나 지금은 80%만의 힘으로 공의 움직임과 제구력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공의 움직임이 좋은 상황에서 낮게 던질 경우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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