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운드’에 오른 엑소 백현 “야구, 엑소와 같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마운드가 무대보다 더 긴장됐어요."

엑소 백현은 지난 16일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전에 앞서 시구를 했다. 백현의 KBO 시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축구대표팀과 페루의 평가전에서 애국가를 부은 경험이 있지만, 야구와 인연은 없었다.

중독성이 있는 한화 야구 스타일과 엑소의 색깔이 잘 맞아떨어졌다. 한화는 올 시즌 KBO에 연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독성 있는 야구를 한다는 의미에서 '마리한화'라는 별칭을 얻었다. 톱 아이돌 그룹 엑소의 백현과 2015시즌 KBO 대세로 떠오른 한화의 만남은 시작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확실히 달랐다. 마운드에 오른 백현은 매서운 눈매로 포수를 바라본 뒤 힘차게 공을 뿌렸다. 직선으로 날아간 공은 그대로 포수 미트에 빨려들어갔다. 유년시절 한 두번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해본뒤 처음 공을 만져보는 사람 같지 않았다. 아마추어답지 않았다. 마운드 발판부터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 18.44m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공에 힘이 있었다. 이날 끝까지 경기를 관전한 그는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과 함께 감독실을 찾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시구 뒤 만난 그는 "한 번 더 던지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쉬움이 큽니다"라며 "야구는 집중력과 팀워크가 필요한 종목입니다. 그런면에서 저희 엑소와 닮았어요"라고 했다.

- 등번호 67번을 선택한 배경이 있나요. 야구 유니폼을 컨셉으로 잡은 1집 '으르렁'부터 의상에 줄곧 4번을 달아왔어요.

"원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번호에요. 지난 1집에서는 4번 타자의 팀 내 역할을 생각했어요. 야구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타자에게 4번 타순을 맡깁니다. 제가 팀에서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 녹아 있어요. 하지만 이번 시구에서도 또다시 4번을 선택하면 조금 식상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숫자를 함께 묶어서 67번을 달았습니다."

- 자신의 시구를 평가해 주세요.

"사실 정말 아쉬웠어요. 시구 연습을 할 때 주로 거리가 짧은 곳에서 했어요.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18.44m)가 더 멀어 보이더라고요. 힘 조절을 잘 못한 것 같아요. 아쉽게 볼로 들어갔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스트라이크로 정확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마운드와 무대에 오를 때 차이점이 있나요.

"마운드는 가수가 아니라 투수로 등판하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본업이 아니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한편으로 무척 설렜습니다. 제가 언제 시구를 또 해보겠어요.(웃음) 이런 기회가 제게 와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 승리기원 시구를 하자 한화가 홈런 4개를 몰아치면서 대승을 거뒀어요.

"정말 뿌듯해요.(웃음) 경기 시작부터 홈런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제가 시구를 하러온 날 한화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 엑소 멤버들과 시구 연습을 했죠. 대전에서 한화 윤규진에게 피칭 지도를 받았는데 무엇이 다르던가요.

"윤규진 선수에게 직접 지도를 받아보니 프로선수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멤버들은 전문가가 아니어서 시구 폼만 주로 봤어요. 그런데 윤규진 선수에게 배워보니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투구를 할 때 폼과 자세도 중요하지만, 던질 때 손목이나 어깨 힘을 빼는 법 등을 함께 알게되서 큰 도움이 됐어요."

- 요즘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식으로 하시나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어요. 기존 헬스장에서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체대 입시생처럼 몰두하고 있습니다.(웃음) 큰 근육이 아닌 잔근육을 만들기 위해 모든 세트를 다 돌면서 진짜 선수들처럼 소화하고 있어요."

- 일부러 잔 근육을 만들려는 이유가 있나요?

"큰 근육은 무거운 무거운 기구를 들면서 비교적 단순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잔 근육은 몸 깊은 곳부터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기구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뛰면서 몸을 만들고 있어요. 더 힘들기는 하지만 팬들께 좋은 몸을 보여드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 일부 시구자들은 그렇게 진지하게 배우지 않아요. 구태여 스트라이크를 꽂으려고 하지도 않고요. 힘들게 잔 근육을 만드는 모습이나 시구하는 자세를 보면 백현만의 색깔이 보이는 것 같아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특히 시구는 제가 한화 팬으로서 이글스의 승리를 위해 온 것이잖아요. 절대 대충할 수 없어요. 더 심혈을 기울였고, 무대에 오를 때보다 긴장한 것 같아요.(웃음)"

- 엑소는 그동안 야구와 미식축구 등을 앨범 컨셉으로 잡았어요. 스포츠가 유독 자주 컨셉화 되는 이유가 궁금해요.

"엑소는 멤버가 모두 20대 초반으로 구성돼 있어요. 젊은이들의 패기와 청년다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팬들께 역동적인 느낌을 많이 전해드리고 싶어서 1집부터 꾸준하게 스포츠를 컨셉에 녹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 야구는 어떤 스포츠 같나요. 엑소와 닮은 부분은 없나요.

"엑소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야구는 정신력 싸움인 것 같아요. 체력도 필요하지만 잘못 흐트러지면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종목 같습니다. 팀워크와 개개인의 정신력도 강해야 합니다. 이 많은 관중이 있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 굉장히 혼란스럽고 흥분하게 돼요. 그럴수록 그 공에만 집중하는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엑소도 그래요. 멤버들 마다 개개인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팀워크도 필요합니다."

서지영 기자

◇ 관련 기사 바로가기

‘야신’도 대만족, 엑소 백현 시구 “정말 잘던지더라”
[인터뷰] ‘백현 시구’ 인도한 강인 “한화 테스트 받고 싶어요”
[‘심쿵’, 한화에 엑소가 떴다] 백현의 시구 비공개 풀스토리 공개

베이스볼긱 다운로드 바로가기 ☞[안드로이드폰 다운로드][아이폰 다운로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