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만 '삼진왕' 오명 벗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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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독수리' 송지만(30.한화)이 다시 난다.

올시즌 초반 송지만은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지난해 38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얻은 '홈런왕'이란 별명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삼진왕'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번번이 삼진을 당하거나 어쩌다 방망이를 갖다대도 내야 땅볼에 그쳤다. 급기야 4월 말에는 타율이 0.209까지 뚝 떨어졌다.

헛방망이질 와중에도 "모든 걸 알아서 하는 선수"라며 송지만에게 지지를 보내던 유승안 감독도 끝내 "타격 리듬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지만은 붙박이 4번 타자에서도 밀려났다. 이정훈 코치도 "송지만은 상대 투수와의 수싸움에서 지고 있다"며 "직구만 기다려선 승부를 낼 수 없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송지만은 '절치부심(切齒腐心)'했다. 자신의 경기장면을 일일이 비디오로 녹화했다. 그리고 수십번이나 되돌리며 돌파구를 찾았다. 타율 0.338에 32홈런, 91타점을 기록했던 2000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꼼꼼히 따져봤다.

문제는 바뀐 타격자세였다. 송지만은 "예전의 기마자세를 되찾는 게 급선무였고, 타격위치도 홈플레이트 쪽으로 반발짝 옮겼다"고 말했다. 기마자세는 두 다리에 고르게 힘을 줘 코스에 관계없이 안정된 스윙을 할 수 있었다. 또 홈플레이트로 좀 더 다가가면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에도 대처할 수 있었다. 송지만은 자세를 익히기 위해 훈련에 집중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남아서 개인훈련에 몰두했다. 대전구장 관리인이 "송지만 때문에 퇴근시간이 늦어진다"며 불평할 정도였다.

고군분투 끝에 자세를 뜯어고친 송지만은 최근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타율을 0.268(4일 현재)까지 끌어올렸다. 4일 대전 SK전에서는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게다가 안타 세개가 모두 2루타였다. 1회 1사 3루에서 우전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친 뒤 홈을 밟았다. 6-7로 뒤지고 있던 9회말 2사 1.2루에서는 동점타를 날렸고, 결국 송지만의 징검다리를 밟은 한화는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8-7 역전승을 끌어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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