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이 '코드'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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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리더십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盧대통령이 1백일 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국정 혼선.인사 난맥을 빚은 근본 원인이 바로 盧대통령의 리더십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盧대통령이 강조해온 이른바 '코드정치'가 집중타를 맞았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지나치게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찾다보니 청와대 참모 대부분이 국정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일이 정해지고, 공조직 라인과 참모의 책임감이 흐릿해져 대통령이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민주당 이강래(李康來)의원조차 "사병이 장교가 됐을 때 졸병의 티를 벗지 못하면 정체성의 혼란으로 볼지언정 겸손한 장교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盧대통령이 코드를 강조하고 비주류 정체성을 고수해 국정운영의 폐쇄성과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盧대통령은 정력적인 아마추어"라거나 "2종 소형면허로 1종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격"(한나라당 李祥羲의원)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김대중정권 때 박지원씨가 국정농단 비판을 받았는데 시스템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선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왕수석'으로 통한다. 시스템은 없고 설익은 인치(人治)만 있다"고 했고,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모든 문제를 대통령 측근들이 나서 해결하는 게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냐"고 힐난했다.

盧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도 도마 에 올랐다.

全의원은 "요즘 '모럴 해저드'가 아니라 '오럴 해저드'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 공개석상에서 쏟아낸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말이 대통령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화물대란.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혼선 등과 관련, 의원들은 "대형사건이 터져도 청와대에 전담 비서관조차 없다"(이강래 의원), "장관들이 시위대에 합세하고 집단이기주의에 흔들리는 것은 인기영합주의, 포퓰리즘의 전형"(민주당 李熙圭의원)이라고 지적했다.

고건(高建) 총리는 盧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에 대해 "반드시 바꿔야 한다기보다 법적.이성적.적극적 리더십이 보완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한 것은 사회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는 과정에서 국정수행의 어려움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사회갈등의 표출에 내각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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