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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수습·문단속에 민한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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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역의원 10명의 전격탈당자 신당 참여는 민한당에 창당후 가장 큰 충격과 시련을 안겨주었다.
유치송총재-유한열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지도체계가 휘청거리는가 하면 소속의원들은 긴장과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문제를 놓고 자칫 내환의 조짐까지 보이면서 노선 재조정, 선거대책등에도 합일점을 못찾고 있다.
이런 중에 신당은 민한당의 핵심에까지 포섭의 손길을 뻗치고 몇몇 해금인사에 대해서는 신당으로 오지 않으면 선거에서 집중공략을 하겠다는 위협까지 하고있다.
○…집단탈당이 의외의 방향으로 정국긴장을 몰고오자 민한당내의 탈당쇼크도 첫날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있다.
상당수 의원이 눈에 띄게 동요를 보이던 것과는 달리 하루가 지나면서부터는 탈당자에 대한 배신규탄론의 소리가 커지고 수습방안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주류가 됐다.
그러나 탈당의원들이 지적한 집권의지의 결핍, 전열정비의 무원칙, 당운영방식과 체질개선, 궤도수정의 필요성등에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신당바람을 막기 어렵다는데는 인식을 같이하고있다.
때문에 많은 의원들은 탈당의원들이 개인적 불만 때문에 나갔다 하더라도 이들의 결행을 사전에 막지못한데 대한 책임을 일단 묻고 넘어가야 하며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있다.
따라서 민한당의 당면과제는 더 이상의 탈당이 없도록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신당의 존재앞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현재 민한당 내에는 대응책을 놓고 대충 두 갈래의 진단과 처방이 병존하는 상태.
우선 유치송총재·유한열사무총장과 가까운 사람들은 탈당자의 동기와 리더십과의 상관관계를 확대해석하지말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결속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당직개편이나 파동없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얘기.
정규헌·김문석·조중연·유용근·김문원·오상현·조종익·서종열·김재영·박완규·유인범·정정훈·이홍배·김노직·유재희의원등이 이런 의견이다.
김문석의원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총선 후에 해도 늦지 않으며 격류 속에서 말을 갈아타는 것은 스스로를 함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
또 오상현의원은 『현 단계에서 인책론으로 당이 시끄러우면 제2, 3의 파동이 연속되고 좋아할 사람은 이탈자와 신당뿐』이라는 경계론을 개진.
○…그러나 민한당 내에는 탈당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인사개편을 통한 체질개선과 대여관계의 노선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우세한 편.
신상우·고재청·김은하·조윤형·이중재.김원기·김승목·오홍석·조세형·정대철·목요상·서청원·이석용·조주형·한광옥·김병오·김덕규·안건일·이관형·민병초·고영구·허경구·홍성표씨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도 개편의 대상과 방법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크다.
한때 탈당세력에 동조했다가 주저앉은 신상우부총재같은 이는 『유치송총재가 직접 책임을 져야하며 총재·부총재단이 함께 물러나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책임을 묻자』고 주장.
신부총재의 이런 주장은 안건일·홍성표·한광옥·김병오·신원식·고영구·이관형·민병초의원등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이들도 실현가능한 안이라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 이들중 고영구·이관형의원은 탈당자들과 신당행을 상당히 깊은 단계까지 협의했던 사람들.
이들이 유총재를 표적으로 삼는데 반해 고재청·김은하·조윤형·이중재씨등은 선거를 불과 두달 앞두고 총재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자멸행위라고 주장, 대폭적인 당직개편을 통해 면모를 일신하사는 수습안을 내놓고 있다.
조윤형씨는 『당내 대화부족, 운영의 불합리등 탈당을 초래한데는 환경적 요인이 컸다』며 『그러나 항복문서 받는식으로 총재를 몰아쳐서는 안된다』고 주장.
또 이중재씨는 『기존 당직을 사실상 권한정지시키고 원점에서 인선을 해 선거대책기구를 발족시켜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당직개편요구의 본질이 「유-유체제」에 대한 불만에 있다는 점에서 총재가 아니면 총장이라도 물러나게 해야한다는 압력이 유총재에게 가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
결국 유총재는 당중진들의 수습방안을 채택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
수습방안을 둘러싼 이같은 이견은 24일의 의원총회에서 폭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총재는 만약 의총에서 분열상이 또 한번 노출되면 당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견의 사전조정과 불씨의 진화에 전력투구중.
유총재는 19∼22일새에 창당후 처음이라 할 정도로 사람만나는데 열성을 보였다. 중진·평의원 할 것없이 소속의원 거의 전원을 만났고 중의를 받아들여 조윤형·조세형씨등 해금인사를 주축으로 하는 선거대책기구를 발족시킬 작정.
그러나 신상우 부총재중심의 비당권파와 유한열 사무총장중심의 당권파는 각기 별도의 의총전략을 수립중이어서 의원총회가 조용하게 넘어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10명의 탈당으로 민한당이 휘청거리고 신한민주당의 기세가 오르자 상도동과 동교동, 이철승씨쪽은 각기 민한당내 구계파 빼내오기를 가속화.
김영삼씨는 신상우·황낙주씨를 부른데 이어 심지어 유한열 사무총장에게까지 사람을 보내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달. 물론 유총장은 거절했지만 여러 의원들이 이같은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도동쪽은 또 2차 해금후 입당한 조윤형·정대철씨에게도 「번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종로(정대철)와 성북(조윤형)을 「정책지구」로 정하겠다』고 위협했다는가 하면 몇몇 대도시출신 의원에게는 『센 사람을 보내겠다』고 간접 위협을 했다는 것.
또 동교동은 탈당권유대상을 6명으로 잡고있다는 얘기도 있고, 이철승씨 역시 신당내 파워 게임에서 지지않기 위해 옛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풍문.
그러나 민한당으로부터 더 이상의 탈당자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리라는게 최근의 분위기. 탈당대상자의 명단이 계속 나돌고는 있으나 이미 탈당방지문제는 민한당 지도부만의 일은 아니라는 조짐이 도처에 역력하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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