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상인' 이 몰려온다] 3. 옥션서 고서점 운영 이응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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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공사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책이 인터넷에서 잘 팔려 꿋꿋이 버티고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서울 을지로변 평화시장에 있는 고서점 상현서림의 이응민씨(41.사진).

케케묵은 고서들로 가득찬 두평반의 상점 한쪽에 놓인 랩탑 컴퓨터 화면을 보며 온라인 장터 옥션(www.auction.co.kr)에 올려 놓은 책들의 판매 상황을 연신 체크하고 있다.

그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것은 청계 고가도로 철거가 예정돼 있던 2003년 초부터. 이씨는 "철거가 시작되면 손님들이 뜸해질 것으로 생각해 궁여지책으로 온라인에 따로 둥지를 틀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고 책 사진도 구형 카메라로 찍어 스캐닝 해 힘들게 인터넷에 올렸다. 애써 올려 놓은 사진이 날라가는 경우도 많아 상점에 온 손님들을 붙잡고 물어본 적도 많았다. 제품을 좋게 보이려고 포장이 약하게 되는 흰색 상자에 넣어 보낸 책이 배송과정에서 여러 손을 거치면서 너덜너덜 해져 반품 당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에 꾸준히 책을 올리자 지명도가 높아지고 단골도 늘어 갔다. 그해 7월 고가도로 철거가 시작되면서 상점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인터넷 가게의 판매가 감소분의 절반을 메워주고 있다.

그가 이제까지 옥션에서 판 책은 약 2,400여건(전집류 포함). 월 평균 인터넷 매출액은 300만원 정도이다. 이씨는 민속학.문학.역사 관련 도서 중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을 주로 올려 놓고 있다. "절판된 책 가운데 사진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책들이 잘 팔리고 값도 제값을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부도난 도서 도매상으로부터 헐값에 넘겨 받은 캐나다 소설 '빨간 머리 앤' 500질(12권이 1질)을 한달만에 팔기도 했다. 이런 판매 성과를 본 그 도매상도 인터넷 판매에 뛰어들어 산더미 같던 재고를 처리하고 재기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온라인 판매에선 제품의 하자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에 볼펜으로 희미하게 줄이 그어진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그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 놓는다는 것. "그래야 반품 될 확률이 낮고 고객들이 구매 후 인터넷 게시판에 쓰는 구매 만족도에 관한 글도 좋게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씨는 온라인 고객의 90%가 지방에 거주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의 장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 시골 폐교 같은 넓은 공간에 도서관처럼 많은 책들을 정리해 놓고 인터넷으로만 주문받아 판매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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