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처럼 날지만 … 개운찮은 코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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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스닥 시장이 7년 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24일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6.80포인트(0.92%) 오른 746.62로 장을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코스닥 지수는 750선 돌파를 눈앞에 두며 2007년 12월 6일에 기록한 이전 최고치(751.57)를 갈아치울 태세다. 각종 신기록도 쏟아내고 있다. 4월 21일 71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들어 720선(6월 9일)과 730선(6월 22일)을 잇따라 돌파했다. 이런 상승세 덕에 올 들어 203.65포인트(37.5%)나 급등했다. 23일에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어섰다. 2007년 6월 100조원을 돌파한 지 8년 만이다. 거래대금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1조9700억원)보다 78.7% 늘어난 3조52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불닥(불붙은 코스닥)’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증권가에서는 과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전체 거래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87%)이 높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실적에 기반한 것인지, 일시적인 투기 목적에 의한 것인지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나스닥과 비교할 때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중심이 가 있지만 급등할 만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조정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나스닥이다. 22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6.97포인트(0.72%) 오른 5153.97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은 ‘정보기술(IT) 버블’ 때 장중 최고점인 5132(2000년 3월)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요즘 코스닥이 크게 올랐다고는 하지만 2000년 3월의 최고치인 2834선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IT 버블 당시 코스닥은 외환위기 탓에 나스닥보다 3년이나 늦은 1999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도 나스닥은 2012년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코스닥은 경기침체로 3년 뒤인 올해부터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기술주 상승세가 2~3년 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가는 계속 오르고 기술주와 바이오주의 강세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글로벌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코스닥 강세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윤 자본시장 연구원도 “최근 상승세는 외국인과 연기금의 순매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과열을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흐름이 2007년 중순과 현재가 비슷한데 2007년 6월에 코스닥은 고점을 더 이상 높이지 못하고 하락했다”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신용 잔고, 미국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코스닥 상장사는 절반이 적자이고 증권사가 실적을 추정하는 곳이 전체(1070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최근 상승세는 펀더멘털과 실적 때문이라기보다는 수급이나 성장성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부장은 “코스닥의 주력 테마는 중국 소비주와 제약·바이오주인데 중국 관련주는 실적이 나타나지만 제약·바이오주는 아직 실적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주의 실적이 확인되는 7·8월이 돼야 코스닥 상승과 조정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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