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 어린이 요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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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린아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어린놈이 벌써 허리가 아프다니 말도 안된다』고 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어른의 경우에 대해서 빈도가 낮은 편이지만 소아에게서도 허리가 아픈 경우를 가끔 볼수 있다. 이같은 소아의 요통은 성인과는 달리 외상이나 노화에 의한 것보다는 질환때문인 경우가 많다.
지난여름 12세된 사내아이가 허리가 아프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하여 외래를 찾아왔었다. 이학적 검사상 무릎을 편채 다리를 들어올리는데 지장이 있었고 엎드린 자세에서 허리에 함몰부위가 만져졌다. X레이 촬영결과 제5요추 뒷부분이 결손되어 척추가 앞으로 물러난 소견을 보였는데 이를 「척추전방전위증」이라 한다.
이와같은 척추분리증은 전 인구의 약5%가 갖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본인자신이 느끼지 못하고 지내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개중에는 척추분리증이 진행되어 척추전방전위증에까지 이르는 수가 있다. 척추분리증은 증상이 경미할때는 활동까지 제한할 필요는 없고 보존적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로 낫지 않는 경우와 전방전위로 진행되면 수술을 받아야한다.
얼마전 14세의 여자중학생이 허리가 옆으로 휘고 아프다고 찾아온일이 있었다.
허리가 휘어 있다는 사실은 작년 욕탕에서 할머니가 등을 밀어주다 우연히 발견했으나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점점 심해져 병원을 찾게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척추가 옆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은 대부분의 경우 원인불명인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다. 그 정도가 가벼운 경우엔 자세 교정 운동과 보조구 착용으로 치료가 되지만 심하면 수술로 교정을 시행해야만 한다.
첫번째 환자는 선천성 기형에 의한 것이고 두번째 경우는 원인불명의 척추측만증의 예를 든 것이다.
이외에도 소아 요통의 원인이 될수있는 것은 결핵이나 기타 척추의 염증·종양등이 있으며 또 신경성으로 오는수도 있다.
2년전 늦가을 국민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허리가 아프다 하여 몇군데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외래에 왔었다.
이 소녀는 이학적 검사나 X레이로도 아무런 이상을 찾을수 없었는데 때로는 예민한 소아에 있어서 아무런 기질적 원인이 없는데도 요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신경성으로 생기는 증상이며 친한 친구와 다투었다든가, 부모와 불화가 있다거나, 부모가 항상 요통을 호소할 때 자기도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에 아이가 증상을 느끼는 수가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의사의 도움을 받아야할 때도 있다.
앞에서 몇가지 어린이 요통의 예를 들었지만 어린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그냥 넘기지 말고 왜 그런지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물론 장난이 심해 일시적으로 오는 수도 있지만 계속 아프다고 할때는 심리적이든, 기질적이든 그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찾아 제거해주어야 한다. 석세일 (서울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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