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엉터리 분교둔 미 신학교 가짜 박사학위 남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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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에서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신학교가 한국에 무인가 분교를 차려놓고 목사등 일부 교역자들에게 신학·철학분야의 박사·석사학위와 명예박사학위를 남발한 혐의를 잡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시경은 15일 미국 하베스트 신학교(캘리포니아 스캔턴에한때 소재·학장「데일·데이비스」목사·48)의 한국분교인 해외선교훈련원(원장 전해룡목사·49)이 지난달 22일 20명의 목사·전도사에게 학위를 주는등 최근2년동안 국내의 목사등 교역자 1백여명에게 박사·석사·학사 학위를 남발해온 혐의를 잡고 국내에 체류중인「데이비스」목사의 출국을 정지시키는 한편 해외선교훈련원장 전씨와 이 훈련원의 대구지부원장 신영언목사(44·기도원운영)를 찾기위해 대구등지에 형사대를 급파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학위를 받은 교역자 20여명의 ▲학위수여및 취득경위 ▲금품수수여부등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
경찰은 또 하베스트 신학교의 인가여부·학위수여 자격여부등을 미국현지에 조회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목사등은 82년초 미국 캘리포니아에「데이비스」목사가 학장이며 전목사가 학생감인 하베스트신학교를 설립한뒤 같은해 국내에 들어와 관계당국의 인가도없이 이 신학교의 분교인 해외선교훈련원을 설립, 교역자들을 수강생으로 1∼2년간 형식적인 강의를 받도록 한후 신학·철학·종교교육학등의 학위를 남발하는 한편 돈을 받고 명예박사학위를 무더기로 주어온 혐의를 받고있다.
해외선교훈련원은 서울에 본부와 부산·대구·광주·전주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으나 서울본부는 서울강남시장안에 간판조차 없는 사무실만 차러놓고 있을뿐이며, 대구훈련원의 경우 원장 신목사가 자기집 (대구시상동248의4)거실을 강의실로 이용하고 있는것으로 밝혀졌다.
또 하베스트신학교는 그동안 현지의 한 교회건물에 세들어 있다가 지난6월부터는 세든 교회에서조차 쫓겨난채 종적이 묘연한 것으로 현지에서 확인됐다.
「데이비스」목사는 82년부터 모두 17차례나 입국, 거의 국내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전목사등의 알선으로 호텔을 빌거나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돌며 학위를 주어왔다는것.
경찰관계자는 『지난7일 검찰의 지시로 수사에 나서 이 날짜로 「데이비스」목사의 출국을 정지시킨뒤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특히 이들이 ▲미국현지의 학교가 지난6월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는데도 그 5개월후인 지난달까지 학위를 수여한 점과 ▲그동안 등록금과 논문심사비·도서구입비등을 받은점 등으로 미루어 교육법및 외환관리법위반과 사기등의 혐의가 드러날것으로 보고있다.

<분교실태>
서울신사동강남시장건물 214호에 있는 해외선교훈련원 본부는 간판조차 없는 초라한 사무실. 강의실도, 학생도 없다.
대구훈련원의 경우 원장 신목사는 『매주 2시간씩 세미나형식의 강의를 했으며 논문을 작성, 미국본교에 보내 심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훈련원에 한학기만 등록했다가 그만둔 K목사(43)는 『강사진이 일정치않고 결강이 잦은데다 박사·석사·학사과정이 함께 강의를 듣는 정도여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학위수여>
학위는 논문박사와 명예박사로 구분된다.
석사과정은 2년, 박사과정은 1년으로 등록금은 학기당 35∼65만원. 이밖에 논문심사비를 낸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2일 대구수성호텔을 빌어 20명(박사 8, 명예박사 1, 석사 10, 학사 1)의 목사·전도사등이 「데이비스」목사로부터 학위를 받았다.
석사취득자중에는 목사와 전도사의 부인 4명이 포함돼 있다.
명예박사학위취득자들은 본교 도서구입비등의 명목으로 30만∼2백만원씩을 전목사에게 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계명대의 한 교수는『70만원을 내면 명예박사학위를 준다고해 거절했다』고 했다.

<하베스트신학교?>
전목사측은 『이학교가 캘리포니아 스캔턴 케리토스가 7272에 있다』고 했으나 본사특파원의 현지 확인결과 이주소는 칼바리라는 교회의 주소로 82년9월부터 지난6월까지 하베스트신학교가 세들었다가 쫓겨났다는것.
이교회 「터커」목사에 따르면 82년9월 「데이비스」목사에게 건물일부를 세내줬으나 학위남발소식을 듣고는 지난6월 건물사용을 중지시켰다는것.
이 학교는 주한미대사관 문화원이나 한미교육위원회가 소장하고 있는 미국안의 인가된 모든 학교가 수록된 명부에도이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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