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 통과한 신당…뒤엉킨 인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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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창당도 되기전에 주도권과「영토확장」을 탐하는 구야권 각계파간 다툼이 치열하다. 창당발기주비위구성이 원점에서 뱅뱅 돌다가 나흘만에 가까스로 타결된것도 바로그 때문이다.
민추계와 비민추계로 대별되는 창당갈래속에도 민추쪽에 상도동계(김영삼씨계)와 동교동계 (김대중씨계), 비민추에도 최고위원계와 중도소장그룹(이기택씨중심)의 분파가 있고 또 그 4개지류에도 이합집산의「소운형」이 모색되는등 구도가 복잡하다.
첫 관문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복잡다단한 사정을살펴본다.
○…신당의 창당발기주비위를 민추·비민추간에 어느비율로 하느냐는 결국 6대6으로 해결됐지만 그 과정을보면 계파간의 분열과 제휴를 각기도모한 심모원려가 짙게 드러난다. 민주측의 신당참여결정이난11일 이철승씨중심의 최고위원계는 비민추계해금전직의원간담회를 12일에 열기로 결정,전단을 열었다.
그들이 짠 실무위원들을 추인받는다는 이유였으나 자파의 수를 과시해보자는 속셈이 있었던것 같다.
이들은 1,2,3차해금전직의원중 신당참여에 뜻을둔 29명에서 민주계 6명을 빼고적어도 16∼17명은 나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자파8명에 한건수씨 1명만 더나오고 말아 모양만사납게됐다.
최고위원계의 맹렬한 참석종용을 받고도 저울질에 빠른 중도소장계 9명은 같은시간에 다른장소에서 자기들끼리만 회동.
그뿐아니라 정해영씨등 일부 사태관망파도 이기택·김상현씨등의 조언을 구하고 불참해버려 최고위원계는 크게망신을 당한 셈.
이같은 비민추계내부의 허허실실을 재빨리 포착한 민추쪽은 비민추계실무위원 5명(최고위원4명과 이기택씨)을 주비위구성모임에 초청해 상대진영내분을 가열화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추계의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이해대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6대5의 기본틀을 가졌던 상도동계는 이기택씨에게『비민추가 9대9의모임이었으니 제몫을 찾아먹으라』며 소장계가 대표2명을 주장하도록 부추겼다.
최고위원계와 소장계가 12일밤과 13일상오 4대2로하는 문제를갖고 자중지난을 일시 겪다가최고위원계가 이민우씨와 격을 맞춘다는 이유로 신도환씨를 주비위원에추가 선정하자 동교동계는묵인 했지만 상도동계와 이기택씨가 크게 반발.
동교동계는 상도동계의 비대화를 견제하려는 포석아래 김상현·박종률씨가 막후에서 친분또는 성향상 맥이 닿는 이철승·송원영씨등과의 잦은 접촉을 해왔고 그런 구도하에 6대6은 물론 신도환씨참석도 좋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했다.
소석(이철승씨 아호)도『백의종군하라』며 자신의 당권장악을 막으러는 김영삼씨의 집요한 견제나 이기택씨의 행동을「응징」하기 위해서도 동교동계와의 제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는 동교동계의 막후사령탑 김상현씨의 지론이나 『6대6이 되어 일단 구성되면 12명이 사안에따라 선별적으로 행동할것인데 상도동계가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송원영씨의 토로는 신당추진세력간의 소운형현상이나 세포분열상을 잘 시사한다.
김상현씨가 14일아침 김영삼씨를 만나 최고위원계 주장대로 하자고 설득해 동의를 받고 바로 최고위원계에알려 민주계내의 이민우·김동영씨로부터 격한 반발을 밖은 사정은 동교동계-소석,상도동계-이기택씨간의 제휴상황진전에 따른 민추내부의 미묘한 사정을 표면화시킨 사건.
민추와 비민추간의 대립이있을 경우는 대체로 7대5로민추가 유리하리란 분석이다.
비민추주비위원6명중 상도동지지파는 이기택씨가, 동교동지지파는 송원영씨가 각각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만 이양측의 이견이 신당창당문제에걸릴 경우 나머지4명도 동교동계와 대체로 이해를 같이할 전망.
그러나 동교동계가 상도동계와의 대칭관계에서 자파세력확대라는 측면에서만 최고위원계와 제휴·밀착하면 순수재야의 압력이 가중될것이므로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는 중논.
○…발기주비위구성으로 겨우 한고비를 넘긴 창당전도에는 아직도 험로가 중첩. 우선발기인선정 기준에서 해금전직의원으로만하자는 비민추측과 민주화를위해 옥고를 치른사람·해금자·청년·학생·예비역장성등 원내외인사 1백여명을 망라하자는 민추측간의 주장이 맞부딪친다.
그문제가 해결되면 창당준비위원장 선정문제와 지도체제문제가 연관되어 걸린다. 상도동계는 이민우씨중심의 단일체제를 일단 밀되 안되면적어도 이민우씨를 소집책으로하는 김녹영·이기택·김재광씨등 4인공동대표제밑에 정무위원제(각파안배)를 두고 사무총장등 핵심요직을 차지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창당준비위원장에는 이민우씨를 관철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김영삼·김대중·이철승씨를 고문으로하고 이민우·조연하·신도환·김재광씨등 4인공동대표제밑에 최고위원제(양파안배), 그밑에 각 분과위를 두어 출마자들에게는 거의 감투를 씌워준다는 구도다. 상도동계견제를 위해 준비위원장은 원내진출에 뜻이 없는김원만·이상돈씨중에서 뽑아야하며 이는 비민추측과도 의견접근을 봤다고 선전.
이철승씨는 자신과 이민우·이기택·조연하씨등 4인공동대표제아래 최고위원제를 두는 복안을 갖고있으나 소석공동대표에는 상도동계뿐만아니라 최고위원계내부에도 적지않은 반발이 있다.
대체로 4인공동대표제와최고위원 또는 정무위원제의구상이 일치해 지도체제는 집단으로 될것이 확실하나 인물선정을 두고 계파간의 편의적 합작이 난무할듯.
지도체제골격이 확정되면경선을 주장하는 민추측과 사전절충으로 표대결을 피하자는 비민추쪽 주장이 해결돼야하고 사실상 공천자인 조직책선정문제·당명채택등 산너머산.
빠듯한 정치일정때문에 조직책문제를 빼고는 모든 문세가 내주까지 마무리돼야할형편이나재연되는 구태를 쉽게 극복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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