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국적자 2명에 무기징역형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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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일 억류 중인 한국 국적자 김국기·최춘길 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밝혔다. 방송은 이날 남측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북측 최고재판소가 재판을 열었다면서 이들 한국 국적자 2명이 “미국과 남조선 괴뢰 패당 조종 밑에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 적발 체포된 간첩들"이며 "피소자들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이 언도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북한 형법 제60조 국가전복 음모죄, 제64조 간첩죄, 제65조 파괴암해죄, 제221조 비법국경출입죄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방송은 또 이들이 심리과정에서 "미국과 괴뢰 정부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수법으로 감히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어찌 해보려고 한데 대해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는 서울 종로구에 유엔 요청으로 북한 인권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는 오후 5시 즈음 나왔다. 북한은 인권사무소 개소식에 대해 "도발"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날 북한은 한국 국적자인 최 씨와 김 씨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꺼내들고 위조화폐 제조국, 테러지원국의 모자를 씌워 국제적 고립과 봉쇄를 성사시켜 보려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반공화국 모략 책동에 적극 가담했다"며 "우리 당·국가·군사 비밀자료를 수집하고 부르주아 생활 문화를 퍼뜨리려던 죄과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이들을 포함한 한국 국적 억류자 4명의 석방과 송환을 촉구하는 통일부 명의 대북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한은 접수를 거부했다.

현재 북한에는 선교사 김정욱 씨, 대학생 주원문 씨도 억류 중이다. 김 씨는 2013년 10월 억류됐으며 24일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최 씨와 김 씨는 지난 3월 억류됐다. 당시 북한은 이들을 “남한 간첩”이라며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달 2일엔 한국 국적의 미국 대학생 주 씨를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북한이 통지문 거부를 접수한 지난 12일 “억류자의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으나 이들은 계속 억류 중이다.

한편 북한은 남측 정부가 공식 억류자로 발표하지 않고 사실 관계 확인 중이었던 한국 국적자 2명인 이 모(59)씨와 진 모(51)씨는 지난 17일 판문점을 통해 남측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북·중 접경지대 여행 중 입북했으며 가족들의 실종 신고에 따라 통일부와 유관 부처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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