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평화왕' 강정호의 왕관을 누가 차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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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왕' 프로야구 팬들은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를 그렇게 불렀다.

강정호가 독보적인 기량을 지녀 유격수만큼은 '최고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논쟁 없이 평화로웠다는 의미다. 실제로 강정호는 2012년부터 3년 연속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휩쓸었다. 강정호가 떠난 올해는 김하성(20·넥센)·김재호(30·두산)·김상수(25·삼성)·오지환(25·LG)이 빈 왕좌를 놓고 싸우고 있다. 강력한 차기 주자는 가장 어린 김하성이다. 고졸 2년차 김하성의 매력은 '선왕' 강정호처럼 장타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22일 현재 홈런 13개를 때려 10위에 랭크됐다. 타율은 0.297, 타점도 46개(13위)를 쓸어담았다. 팬들은 김하성이 팀 선배였던 강정호의 후계자가 되어달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왕자'란 별명을 붙였다.

1m75㎝, 76㎏의 크지 않은 체격에도 장타를 펑펑 때리는 비결은 배트 스피드에 있다. 김하성은 손목 힘이 좋아 빠르게 방망이를 돌린다. 자연히 타구의 반발력이 커진다. 또다른 비결은 탄탄한 하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말라 보이지만 이른바 말 근육"이라고 웃었다. 홈런이 잘 나오는 서울 목동구장(8홈런)을 홈으로 쓴다는 이점도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은 수비다. 김하성은 "수비가 자신있다"고 했지만 유격수 중 2번째로 많은 13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풀타임 출전이 처음이라 장기 레이스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변수다.

김하성의 대항마는 김재호다. 김재호는 유격수 중 가장 높은 타율(0.330)을 기록하고 있다. 손시헌(NC)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올 시즌 날개를 활짝 폈다. 보통 '9번타자'는 쉬어가는 타순이지만 김재호는 예외다. 그는 정확한 타격으로 찬스를 상위타순으로 연결하는 제2의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고 있다.

2루수 오재원과 펼치는 '시프트 수비'도 일품이다. 둘은 타자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를 이동하는 '시프트'를 즐겨 쓴다. 모두 발이 빠르고 강한 어깨를 지닌 덕분이다. 강석천 두산 수비코치는 "특별히 사인을 내지 않아도 두 선수가 알아서 움직인다. 오히려 너무 공격적이지 않도록 말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대표 유격수 김상수는 안정성이 돋보인다. 물 흐르는 듯 부드러운 수비 덕분에 입단 2년만인 2010년에 당대 최고 유격수 박진만(SK)을 밀어냈다. 순발력이 좋아 다이빙캐치를 잘 하는 김상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호수비 장면의 단골손님이다. 기동력도 장점이다. 김상수는 지난해 53개로 도루왕에 올랐다. 올해는 15개(7위)에 머물고 있지만 성공률은 83.3%로 매우 높다. 타율도 0.272로 준수하다.

오지환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 오지환은 과거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잘 날리지만 실책도 자주 해 '오지배(경기를 지배한다는 뜻)'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올해는 눈에 띄게 실책이 줄어들었다. 주전 유격수 중 가장 적은 5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유격수 출신인 류중일 삼성 감독은 "워낙 어깨도 좋고 수비 범위도 넓은데 실책이 많은게 오지환의 단점이었다. 경험을 쌓으면서 그게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타율(0.256)이 낮은 편이지만 발도 빠르고 힘이 있어 2루타 4위(18개)에 올라 있다. 네 선수는 아직까지 골든글러브 수상 경험이 없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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