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버스 운전기사 최종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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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안전하게, 천천히, 규정속도로』-.
오늘도 그는 대문을 나서며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김포교통소속 700번 좌석버스 운전기사 최종운씨(36).
방화동∼김포공항∼영등포신세계∼당산동∼김포공항∼방화동을 하루면 예닐곱차례씩 누비고 다닌지도 어언 1년이 가까와 온다.
그가 당초 핸들을 잡은것은 15년전. 택시 여기사가 부러워 친구와 둘이서 운전을 배웠다.
69년 1종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한 그는 4년전 막내를가질 때까기 택시를 몰았다.
『막내를 낳은후 2년간 쉬었지요. 그러다 보니 체중이 자꾸만 불어나고 나태해지는것 같아 다시 핸들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는「월급제인 버스기사가 나을것 같아」 네번씩 낙방하면서도 대형면허에 도전, 드디어 83년1월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모회사 상무로 있는 남편이 『내 체면은 뭐가 되느냐』 며 막무가내로 반대, 그를 설득시키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고 웃는다.
김포교통은 1일 2교대 근무체제여서 최씨는 오전 첫차근무일때는 새벽5시30분, 오후근무면 하오2시30분에 집을 나선다. 오후근무는 밤12시 막차가 차고에 들어서면 끝이 난다.
『출퇴근시간때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다행히 선불제 실시로 한결 편해졌지요.』
처음엔 잔돈 없이 타는 승객은 사양해 욕도 먹었지만 이젠 일반의 인식이 굳어져 별문제가 없단다.
『아직 버스기사엔 여성이 드문 탓인지 호기심을 갖는 이가 많아요. 승객들이 내리면서 「여기사가 모는 버스는 과속하지 않아 좋다」 고 할땐정말 흐뭇해요.』 그래서 이따금 만나는 술취한 승객의 무례함(?)도 눈감아 줄수 있다고. 지금 최씨에겐 두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질 것이 걱정이고, 또 하나는 당산동 해태앞의 내리막길 표지가 안돼 있어 초행길의 운전기사들이 실수할까봐 걱정이다.
『3남매가 엄마 직업을 이해해주는 것이 대견하다』 는 그는 38만원의 월급중 20만원은 「빌딩 하나 갖고 싶은 꿈을 외해」 계를 들고 있다.
『핸들만 잡으면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었어도 금방 기분전환이 된다』 는 천부적 운전기사지만 좌석버스 운행 이후 체중이 4kg이나 빠졌다니 「시민의 발」 이 어렵긴 어려운가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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