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과서도 "6·25는 남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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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에서 최근 발행된 중.고교 교과서가 한국전쟁과 관련 '남침설'을 받아들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엔 남한이 북한을 침략했다는 이른바 '북침설'이 주류였다.

이에 반해 고대사 서술에선 한민족이 세운 최초의 국가가 고려(918년 건국)라고 해 놓았다. 고려 이전의 통일신라나 삼국을 모두 중국의 한 부분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국의 고대사와 현대사에 대한 서술의 정확도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이 지난 3월 개설한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소장 이길상 교수)에서 장기 역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외국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우선 1차로 세계 14개국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지리.현대사회 관련 교과서 43종을 수집해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했다.

이길상 소장은 "사실 왜곡과 함께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비중으로 서술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했던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교과서에는 한국이 스리랑카.미얀마보다도 적은 분량을 차지한다. 더욱이 한국의 대통령이 아직도 김영삼이고 그에 대한 지지율이 80%를 넘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으며, "일본 점령기 동안 한국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서술해 놓았다.

이에 대해 이길상 소장은 "명백한 오류는 정정을, 일제 강점기의 경제 발전 등 논란이 많은 사안에 대해선 반대측의 견해도 함께 기록해 균형을 잡아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류(韓流) 열풍이 강하게 분 베트남의 교과서에는 "한국은 녹음기.카세트.계산기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나라"인 반면에 "북한은 자동차.기관차.기차.발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의 교과서도 "한국의 주요 산업제품이 섬유.곡물.사료"라고 기술했다. 유럽을 보면, 영국의 중학생용 지리교과서와 프랑스의 고등학생용 세계사.세계지리 교과서엔 한국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교과서 중 독일의 경우가 최근 한국의 모습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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