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서도 "美 싫다"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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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라크전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의 사이가 많이 벌어졌으며 이슬람 세계에서는 반미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5월 중 전세계 20개국 1만5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이같이 보도하고 미국인도 전통적인 우방을 보는 시각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슬람 국가이면서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의 미국에 대한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전이 벌어지기 이전이었던 지난해 여름의 조사에서는 55%의 응답자가 '미국이 싫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83%로 늘었다.

반미 감정이 가장 심한 곳은 요르단. 99%의 주민이 미국이 '약간 싫다' 또는 '아주 싫다'고 응답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도 이 비율이 98%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여름 조사에서 미국이 '아주 싫다'는 사람의 비율이 9%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8%로 껑충 뛰었다.

이번 조사의 결과를 이라크전 이전의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이라크전이 각국의 반미 정서에 불을 지를 것이라는 그간의 우려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IHT는 분석했다.

이라크전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나토 회원국 국민 여론에도 악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독자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프랑스(76%).스페인(62%).터키(62%).이탈리아(61%)에선 과반수였다. 영국을 제외한 모든 나토 회원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미국인들이 전통적인 우방을 보는 시각도 이라크전을 경계로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여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9%에서 '아주 호감이 간다' '약간 호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이 비율은 28%로 줄었다. 지난해에 16%에 지나지 않았던 '아주 싫다'와 '약간 싫다'는 응답자는 60%에 이르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 50년간 유지됐던 미국과 유럽의 끈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하고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한편 퓨 리서치센터가 44개국 3만8천명을 대상으로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미국을 우호적인 시각으로 보는 한국민은 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의 45%, 프랑스의 43%, 스페인의 38%, 러시아의 35%보다 높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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