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출현 이후의 야권판도|「단일」로손잡았으나 지도체제엔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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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와 단일신당에 민추협이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큰이변이 없는한 재야단일신당출현은 기정사실화됐다.
민추는 그들의 지도부를 구성하고있는 공동의장이 풀리지않고 많은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참여문제를 심각히 고민한끝에 결국 원내와 원외의 투쟁을 병행하는것이 더 효과적 투쟁방법이라는 결론을내렸다. 민추의 이같은 결정은내부결속을 위해서는참여의에다른 길이 없는데다 단일신당에대한 국민여망을 무겁게 의식한것이라 볼수있다.
그래서 이들은 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출하되 민주가 재야세력의 구심점이 되어야하고 신당참여자는 민주의「파견원」이라는 등식을 강조하고있다.
이들의 결정을 기다려온 구신민당온건세력은 역시 분열은 곧 자멸이라는 현실인식과 함께이들과 한 배를 타지않고는 신당의 이미지 메이킹과 총선거에서의 상당한 의석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내심으로는 불만이 없지않으면서도 민추의 주장과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입장에 서지않을수 없었다.
때문에 두세력은 일단 단일의 원칙에는 같이 서게됐지만 구신민당때부터, 혹은 더멀리서부터 내려오는 뿌리깊은 이질요소가 쉽사리 융화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만큼 일단「단일」이라는 이름아래 뭉쳤지만 당의얼굴·지도체제·정강정책등을 결정할때는 각기다른 색깔과의도에서 오는 마찰이 따를전망이다.
신당은 선거투쟁의 목표를민정당으로 정하고 자생정당의 재건이라는 측면에서 민한당의 존재를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또 지난4년간 기존 정당들이 이룩해온 정치질서의 현상타파와 야당성회복에 당면총선거전략을 맞추고 있다.
신당이 당장 내부적 진통을겪게될 소지가 큰것은 지도체제문제. 민추측은 양김씨의 존재와장래에대한 대비를 어떤 형태로든 신당의 지도체제에 반영하고자 한다. 그래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씨를 고문으로 추대하고 이민우씨를 당수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런 체계가 비민추연합세력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경우에는 신축성을 갖고 협상한다는 입장이다. 민추쪽은 김영삼씨가『소석은백의종군하라』고 한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반면 비민추쪽은 민추가집단세력화하여 주도권을 장악하는데는 물론 반대하고 있다. 모든사람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해 당권경쟁은 총선거후에 하더라도 늦지않다는 입장이다.
비민추측은 신당이 야당의 정통성을 대변할뿐 아니라 새로와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구공화당을 포함해 당선가능성있는 사람을 대거 포용, 범야연합체가 되어야한다는 주장도 하고있다. 그래서양측을 등비해서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며 신도환·김재광 (비민추),이민우·조연하(민추)씨를 최고위원으로하는 방안등 여러가지안을 갖고있는데 앞으로 지도체제문제, 다시말해 주도권문제가 양파실무협상에서 가장큰 이슈가될게 틀림없다.
주도권문제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양쪽에서 민감한, 언중유골의 설왕설내가 있어왔다. 민추측이 단체 교섭권을요구하고「5백명이상의 대의원」을 운위하는 것은 비민추측에서 보기로는 전당대회의 표대결에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 비민추측이「범야」를들고나서면서「개인자격」을 강조하는것도 비슷한 속셈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현재 단순히 구야권소속만으로 비교하면 지명도있는 전의원수는 비민추쪽이 많지만 대의원급의 숫자로는 전국조직을 다져온 민추측이 우세한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민추측도 김영삼·김대중계로나누어져 있지만 비민추측은 그보다 더 잡다한 구신민당각계파의 연합세력 성격이다. 따라서 신당의 참여 외연을 어떻게 넓혀나가느냐 하는것은 양파세력의 소장과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이해가 첨예한 지도체제 형성은 우선 선거전에는 잠정체제로 넘기고 선거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금자들이 과거 같은 뿌리,같은 기반이었다는 점에서신당과는 경합관계가 될수밖에 없는민한당으로서는 단일신당의 출현이 중대한 시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해금자를 영입하겠다』는 유치송총재의 결의도 신당견제에 뜻이있었던 것이지만 민한당의 해금자영입작업은 바로 한계에 부닥쳤으며 어떻게 내부이탈을 막으면서 신당과경쟁하느냐가 총선전략의 최우선과제가 될수 밖에없게됐다.
이미 민한당내에는 몇갈래로 당내동요가 일어나고 있는것같다. 신당에 과거의 보스를 두고있는 몇몇의원은 구녹을 따라 당적을 옮기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으며 비당권파중진들은 양김씨의 흡인력이 유도할 정계의 판도변화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또 공천탈락이 예상되는 사람과 지역구가 결정되지 않은 2차해금자들이 집단탈출을 은밀히 논의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때문인지 유총재진영에는 확실히 저기압이 감돌고 있다.
국민당 역시 단일 신당의전망이 확실해지자 눈에 띄게 허탈감을 보이고 있고 다음선거에서제3당을 고수할수있을지 회의가 높아지고 있다. 신당바람이 일어나면 국민당의 지반은 그만큼 가라앉는다는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기존정치질서를 보호하고 가급적 해금자를 기성 야당에흡인시키거나 군소정당화 하기를 바랐던 민정당으로서도 앞으로의 정계판도에 새로운대응책을 모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인구가 민한당과 신당으로 양분되면 선명경쟁이 일고 이것이 총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는점에서정국구상의 수정필요성이제기될지도 모른다. <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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