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선심성 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4조1천7백75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다. 추경예산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한나라당이 추경 규모를 3조원대로 줄이고, 대신 세금을 1조원 정도 깎아주자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 재원 중 3조원은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이지만, 1조원은 예상보다 더 걷히고 있는 올해 세금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방교부금 정산을 빼더라도 실제 경기대책용 추경 규모는 3조4천억원으로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이번 추경은 국내총생산을 0.5%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4% 성장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돈 쓸 곳 마땅치 않았다=추경 편성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돈 쓸 곳이 마땅치 않자 서민층 지원도 포함시켰다.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1조5천억원에 불과하다.

SOC 투자 계획이 미리 잡혀 있지 않았던 데다 지금 서둘러 계획을 마련하면 앞으로도 계속 돈을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늘리지 못한 것이다. 대신 서민.중산층과 수출.중소기업 지원에 각각 6천억원을 쓰기로 했다.

특히 국민연금 상담 도우미 채용에 77억원, 최신 에이즈 검사 장비 도입 등 전염병 관리 지원에 94억원을 할당하는 등 급하게 이리저리 쓸 곳을 만들어낸 듯한 모습이다.

◆효과는 반신반의=정부는 올 상반기에 2조5천억원의 예산.기금 등을 앞당겨 집행한다. 이 때문에 이번 추경은 예산을 미리 써버려 하반기에 비는 정부 재정을 메우는 성격이 강하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기에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는 측면에선 추경이 감세보다 낫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추경으로는 전체 경기흐름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