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 '코리아'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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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1천3백만 유로, 약 1백85억원)에서 '코리아'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6월 월드컵에서 축구의 변방국가였던 코리아가 붉은 함성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올 6월에는 테니스 변방국가인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코리아(Coria.21.세계랭킹 7위)가 롤랑가로스의 붉은색 클레이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리아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2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앤드리 애거시(미국.2위)에게 3-1(4-6, 6-3, 6-2, 6-4) 역전승을 거두고 메이저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코리아는 지난해 신시내티 마스터스와 올해 호주오픈에서 애거시에게 모두 졌으나 이날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클레이코트에서만 22승4패를 기록할 정도로 흙코트에서 강한 코리아는 빠른 발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노장 애거시를 괴롭혔다. 코리아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면서 감격해 했다.

1999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우승자인 코리아가 같은해 성인 챔피언이었던 애거시를 꺾은 것은 남자 테니스계에도 세대교체가 무르익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1m75㎝.65㎏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에서 통산 2승을 차지한 코리아는 과거 마약복용 혐의로 6개월간 자격정지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롤랑가로스에는 코리아에 이어 또 한명의 변방 출신이 전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모야(스페인.4위)를 꺾는 파란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출신의 마틴 베르케르크(25.46위).

베르케르크도 남자단식 8강전에서 98년 챔피언 모야를 3-2(6-3, 6-4, 5-7, 4-6, 8-6)로 누르고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을 이뤘다. 네덜란드 출신 선수로는 96년 리처드 크라이첵이 윔블던에서 우승한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여자단식에서는 톱시드의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와 킴 클리스터스(벨기에.2위) 가 각각 승리, 준결승에 올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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