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勞使협상 곳곳에 암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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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의 올해 노사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올해 은행의 노사협상은 처음으로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가 노사 양측의 교섭대표로 나서는 산별교섭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사 양측은 4일 오후 2차 대표자 협상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의 제안설명만 듣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3차협상을 하기로 했다.

금융노조 측은 올 임단협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인상률 적용과 단계적 축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비정규직 문제는 임단협 교섭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안건에서 제외하고 각 금융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국내 은행의 비정규직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해 현재 10개 시중은행(기업.산업은행 포함) 전체 직원(8만5천여명)의 22%인 1만8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임금이나 후생복지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올해 임단협의 주요 쟁점으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강력히 주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금협상에서도 노조는 11.4%의 임금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1분기 경영실적 악화 등을 들어 임금을 올리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등 팽팽히 맞서 있다.

일부 노조들은 "은행들의 실적이 악화된 데는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며 임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책임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입장이나 사측은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권과 이사회 회의록 공개까지 요구하며 경영권에 간섭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올 임단협은 처음부터 협상단 교섭대표 자격을 놓고 행장급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실무자인 부행장급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사측 입장이 대립해 두차례나 마라톤 협상을 거듭했다. 결국 은행연합회장 외에 이덕훈 우리.김종창 기업은행장 등 은행장급 6명을 교섭위원에 포함하기로 합의했지만 일부 은행들은 "은행장이 직접 협상대표를 맡을 바엔 산별교섭 대신 개별교섭을 하는 것이 낫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지금까지는 은행별로 교섭대표를 보내 공동으로 협상을 벌였던 공동 집단교섭 방식으로 임단협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시중은행.지방은행은 물론 수협.신협.자산관리공사 등 범금융권을 망라하는 33개 노사대표가 교섭권을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에 위임해 벌이는 산별교섭 방식의 협상이어서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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