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권주자들 막말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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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당권 주자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특정 후보를 겨냥한 '후보 간 연대설'이 퍼지는 등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다.

특히 당 선관위의 지구당 방문 금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상호 비방이 가열되고 있다. 대부분 후보는 "이미 충분한 선거운동을 해온 특정인에게 유리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의 쟁점은 서청원(徐淸源)의원이 내논 '국정 참여론'이다. 徐의원은 지난달 22일 당 합동 정견 발표회에서 "총선 승리 시 한나라당이 총리와 일부 내각을 맡아 국정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다음 대선까지 노무현 정권에게 국정을 맡겨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병렬(崔秉烈)의원은 지난 3일 CBS 인터뷰에서 "약간 정신 나간 소리"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쥔 상황에서 야당이 내각에 들어가 함께 책임지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에서 이겨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게 옳은 방향"이라며 "나눠먹기식 연정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徐의원은 다음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나눠먹기 주장에 대해 "아주 잘못된 발상으로 이제 그런 생각에서 떠날 때"라고 반박했다. 이어 "후보 간 연대도 가능하다"고 한 崔의원의 전날 발언을 겨냥, "그런 발상은 자칫 분열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깎아내렸다.

선거운동 방식을 둘러싸고도 언쟁이 오가고 있다. 발단은 당 선관위가 3일 전격 발표한 경선 주자와 참모들의 지구당 방문 금지 결정이었다. 각 후보 측과 선거인단의 접촉을 봉쇄함으로써 금권선거 등 부정선거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崔의원을 비롯, 김덕룡(金德龍).김형오(金炯旿)의원 등은 이 결정이 徐의원 측에만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정 후보가 이미 충분히 뛴 상태에서 지구당 방문을 금지할 경우 나머지 주자들의 정당한 선거운동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논리다.

김덕룡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청, "편의적 선거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작용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권역별 합동 연설회에 최소한 전체 선거인단의 3분의1이라도 참석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의원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번 결정은 지구당위원장 줄세우기를 주된 선거 전략으로 하는 측에서 기획한 조치로 보고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26일 실시되는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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