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율에 맡겼더니 전교조도 NEIS 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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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2백여명에 불과한 시골 중학교 교장에서 난마같이 얽힌 교육 문제를 조정하는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육부총리 후보로 여러 차례 물망에 오르던 전성은(全聖恩.59.사진) 경남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이 6일 위원장 내정자로 임명돼 교육개혁의 전면에 나선다.

그는 이날 전교생을 데리고 경남 남해 수련원으로 소풍을 떠났다. 학생들과의 1박2일 야영을 위해 텐트를 치던 중 어렵게 기자와 통화한 그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어떻게 풀겠느냐"고 묻자 "글쎄, 생각해본 일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식으로 임명 통보를 받지 않았는데 뭐라고 할 수 있나요"라며 말을 아꼈다.

실제 그의 말대로 샛별중학교는 NEIS로 골치를 앓은 적이 없다. 이 학교 교사 12명 중에 10명이 전교조 소속이지만 NEIS 인증을 거부한 교사는 한명도 없고 지금도 NEIS를 쓰고 있다는 게 조현주(趙顯主)교감의 설명이다.

왜 이 학교만 별세계일까.

全교장은 "교사들에게 (NEIS를)거부하든 아니든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사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연가투쟁을 하느냐. 이번 NEIS는 연가투쟁 감이 안 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그런 뒤 그는 자신의 교육철학을 소상히 밝혔다. 산적한 교육계 현안을 어떻게 풀지에 대해 "교육에 대한 마인드(mind)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마인드'란 학생을 중심에 둔 교육이다.

"지금 교육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 학교는, 그리고 교육부.교육청은 학생을 위해 있는 것인 데도 지금은 거꾸로 돼 있다. 누가 누구를 위해 있느냐"며 비판했다.

그리고 과거 교육개혁에 대해선 "변화와 개혁을 지시에 따라 했다"며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서 개혁의 아이디어가 나와야 변화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평준화 제도도 "현장과 가까운 최저단위(지역교육청)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위원회가 굴러갈 방향은 자율성과 현장성 강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서울대 농경제학과.계명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1974년부터 모교인 거창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77년부터 90년까지 거창고교 교장, 90년 이후 같은 재단(학교법인 거창고등학회)인 샛별중학교 교장을 지냈다.

全교장은 첫눈이 내리면 전교생을 이끌고 토끼몰이를 하고, 봄.가을 축제를 여는 등 '신나는 학교'의 모델을 전국에 전파했다. 그러면서도 능력별 반편성 등 수준별 교육으로 대학진학률 90% 이상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그를 찾아 교육개혁의 해법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 집도 없이 지은 지 30년이 넘은 학교 사택에서 살며, 당장이라도 문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낡은 장롱은 그의 평소 생활을 짐작케 한다. 스릴러물 탐독이 취미다.

강홍준 기자, 남해=김상진 기자

*** 교육혁신위원회=이달 중 신설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위원장은 장관급이다.

교육정책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교육 운영체제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일을 맡는다. 교육 현안 과제들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한다.

위원회는 대표기관인 본위원회(위원장 포함, 25명 이내)와 운영위원회(11명), 5개의 전문위원회(각 15명 이내)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오는 10일 국무회의에서 교육혁신위원회 규정(대통령령)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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