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연금 지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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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김병수)는 장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장씨는 1976년 A씨와 결혼한 뒤 18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오다 94년 이혼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다시 같이 살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67년부터 교사로 일하다 2005년 8월 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한 뒤 퇴직연금을 받아왔다. 그러다 2013년 4월 직장암으로 사망했다. 장씨는 남편 A씨가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부부였다는 이유를 들어 공단에 유족연금 승계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이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장씨를 유족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특히 공단은 A씨가 사망 당시 장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으로서 배우자는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이가 사망할 당시 부양하고 있던 사람”이라며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사람이되 사실상 혼인관계인 배우자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장씨가 A씨가 사망하기까지 유일한 배우자였고, 2006년 이후 A씨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 점, A씨에게 따로 법률상 배우자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와 장씨는 혼인의 의사를 갖고 동거하면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를 이루고 있었다”며 “장씨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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