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경험자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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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저는 딸 셋을 둔 주부예요. 부인의 사연을 보면서 특히 둘째와의 지난 날이 생각났습니다. 착하던 둘째는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변해 갔습니다. 엄마와 대화를 피하고 자꾸 뭔가를 감추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사춘기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성격이 밝았던 딸은 늘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게 문제였을까요? 중3 때 새 친구들을 사귀더니 외출이 잦고 귀가 시간도 늦어졌어요. 처음엔 독서실에 갔을 거라고 믿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좀 더 빨리 손을 썼으면 좋았을 걸 싶군요.딸애 방을 청소하다 보니 제가 사주지 않은 옷.가방.학용품들이 보이더라고요. 집안이 넉넉지 않았기에 용돈으로 사기엔 불가능한 물건들이었어요. 애를 불러 다그쳤지만 선물로 받은 거라고 우기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대형 마트에 갔다가 딸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걸 봤어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물건 하나를 집어 가방 속에 넣는 거예요. 그동안 나쁜 친구들을 사귀면서 물건을 훔쳐왔던 겁니다. 이때부터 저와 딸애는 얼마나 시련과 고통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딸은 좀처럼 그 버릇을 못 고쳤고 전보다 반항도 심해졌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딸과 단 둘이 여행을 갔습니다. 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 가족이 얼마나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후에 예전의 제 딸로 돌아오는 걸 느꼈습니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줬더니 나쁜 친구를 멀리 하면서 가족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어요.

서울 신림동에서 재은이 엄마 (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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