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베니스 비엔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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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전람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1895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처음 생긴 지 1백여년. 10년 역사를 지닌 한국의 광주 비엔날레를 비롯해 1백여개가 넘는 비엔날레가 지금 세계 곳곳에서 현대미술을 전파하는 오락산업이자 관광 상품으로 섰다 지고 있다. 국제 비엔날레 증후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제 비엔날레는 미술판의 유행이면서 권력이다.

비엔날레를 탄생시킨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올 여름 다시 미술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인류의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6월 14일 막을 올려 11월 2일까지 이어지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50회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다. 쉰 번째 베니스 비엔날레를 이끌고 있는 총감독 프란체스코 보나미(시카고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본 전시의 주제를 '꿈과 갈등'으로 잡았다.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 안 한국관에서 선보일 올 한국 작가들 전시 제목은 '차이들의 풍경'이다. 커미셔너인 김홍희(쌈지스페이스 관장)씨는'갈등'을 '차이'로, '꿈'을 '풍경'으로 풀었다. 황인기.박이소.정서영 세 명 작가는 예술과 자연 또는 내부 공간과 외부 풍광의 차이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한국관의 건축적인 조건을 활용해 베네치아의 해안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작품을 건물 밖으로 확장시키는 공간 뒤집기가 핵심이다.

지난 5월 중순 현지로 떠난 작가들은 개막을 일주일 여 앞두고 작품 설치를 마무리하느라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다. 한국관의 정문을 들어서면 맞은 쪽 유리벽으로 시원스런 물 풍경이 쭉 들어오면서 그 오른쪽에 황인기씨의 '바람처럼'이 펼쳐진다.

검은 폐비닐과 아크릴 거울 파편으로 이뤄진 28m짜리 대형 벽화로 옛 동양의 산수화와 현대 베네치아의 실제 모습을 병치한 이중 풍경화다.

정서영씨는 왼쪽 우묵한 공간의 기존 철조 기둥에 흰색 스티로폼으로 가짜 '기둥'을 설치했다. 그는 또 벽에 문을 내고 뒷자리를 두바퀴 리어카로 개조한 중형 오토바이를 걸쳐 놓고는 '새로운 삶'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이소씨는 한국관 앞마당에 만든'베니스 비엔날레'로 문화적 패권주의의 상징이 된 비엔날레를 풍자한다. 사각의 각목으로 된 가설 링에는 국가관 26개의 소형 모형을 배치해 비엔날레의 정치학을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02-3142-1693.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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