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 현상 가속 제주올레 10코스, 1년간 안식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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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연생태 회복을 위해 오는 7월부터 1년간 제주올레 10코스의 출입이 통제된다. ㈔제주올레는 18일 “올레 10코스에 대한 휴식년을 실시함에 따라 내년 6월 30일까지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10코스는 화순금모래해변~하모체육공원의 총 길이 15.5㎞ 구간이다.

 휴식년이 시작되면 해당 구간에 설치된 리본이나 화살표, 제주올레의 마스코트인 간세 등 올레길을 알리는 표식이 모두 제거된다. 10코스 내 기존 관광지는 이전처럼 접근이 가능하지만 올레길을 걷는 것은 제한된다. 올레꾼의 출입을 1년 동안 통제함으로써 자연 훼손을 막고 스스로 생태를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해당 코스는 2008년 5월 개설돼 한 해 평균 9만여 명이 찾는 인기 구간이다. 코스 주변에 있는 산과 오름, 제주 앞바다의 풍경이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췄다.

 코스 초입에 있는 산방산은 큰 바위들로 이뤄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거대한 퇴적암층으로 이뤄진 용머리해안은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로 불린다. 최남단인 마라도·가파도가 보이는 송악산, 일제 강점기와 4·3사건의 역사를 간직한 섯알오름 등도 올레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탐방객들이 몰릴수록 코스 곳곳의 자연환경도 크게 훼손됐다. 송악산은 파도와 비바람에 의한 침식 현상과 올레꾼들의 발길이 맞물려 훼손이 가속화됐다. 2009년에는 송악산 코스를 정상에서 해안 쪽으로 우회시켰지만 산 하부의 붕괴 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송악산은 바다 속에서의 화산 분출활동으로 생겨난 응회환으로 이뤄져 지반이 특히 약하다.

 제주올레 측은 휴식년 기간에도 제주올레 완주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해당 기간에 올레꾼이 10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25개 코스를 모두 걸으면 완주증을 발급한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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