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본 기행] "버블 붕괴가 원인" 사토 도시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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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경제성장기에 이룩된 경제적 평등이 버블 붕괴 후 깨졌다."

2000년부터 일본의 빈부격차 확대 문제를 지적해온 사토 도시키(佐藤俊樹.40.사진.도쿄대 사회학)종합문화연구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사회가 불평등해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큰 충격 속에 피곤해 한다"고 말했다.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원인은.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 간의 빈부격차가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젊은층 내부의 격차다. 전쟁 후 첫 경험이다. 일본은 젊은층이 직장에 들어가 중장년층을 밀어내고 성장하는 사회였다. 지금은 젊은이가 일할 곳이 매우 줄었다. 많은 공장이 사라진 지방의 젊은이들의 처지는 더욱 힘들다."

-문제점은.

"과거에는 젊은층이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희망을 가진 사람과 '노력해도 소용없다'며 포기한 사람으로 이원화됐다. 자녀를 낳지 않는 20~30대가 많다. 노숙자 등 아예 인생 포기자도 늘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수준과 장래가 결정되는 사회가 됐다. 공장 근로자의 아들은 아르바이트밖에 하지 못한다."

-과거엔 빈부격차가 없었나.

"태평양전쟁 전에도 빈부격차가 심했다. 1950년대에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달리 젊은이가 일할 곳은 풍부했다.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의 공장에서 일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농촌 생활보다는 나았고, 희망도 있었다."

-어느 사회나 어느 정도의 빈부격차는 있다.

"일본은 아직 소화능력이 없다. 영국은 상류사회와 노동자사회로 구분된 계급사회지만 노동자사회는 고유 문화를 갖고 해결해 간다. 일본은 하나의 계급.문화밖에 없고,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한다. 여기서 탈락되면 불만이 상당히 커진다."

-앞으로 빈부격차가 좁혀질 것인가.

"경제성장기의 일본은 평등하고 활기찬 사회였다. 지금은 '불평등하지만 활기찬 사회'와 '활기 없는 평등사회'가운데 무엇을 택할지 의견이 나뉘어 있다. 기업체 경영진.고급 관료 등은 '활기'를, 많은 근로자들은 '평등'을 원한다. 활기를 원하는 사람이 과거보다 늘어 경제가 좋아져도 빈부격차는 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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