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요동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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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유중국의 장개석 정부는 49년말 중국대륙을 포기하고 대만으로 밀러난 이듬해인 1950년1월에 계엄령을 선포, 35년째 계속 발효되고 있다. 「안정과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계엄령 발효와 거의 같은 시기에 행정원안에 미국 원조위원회 또는 경제안정위원회등이 생겼다.
이 위원회는 여러차례의 개편과정을 거쳐 현재의 경제건설위원회 (경건회)로 모습이 바뀌었으며 77년에는 한국의 경제기획원과 같은 기능(예산편성은 제외) 을 갖도록 조직이 강화되었다.
이기구는 국민경제의 안정과 생존에 관련된 장단기 공업발전계획을 세우고 덩치큰 재정 금융문제를 다루고 있다.
경건회는 대만 정부기구중 1류의 학력을 갖춘 공무원 집단이 모여있는 곳이다.
다른 조직에 비해 매우 활동적이며 의욕에 넘쳐있다.
총인원 3백14명의 평균연령은 39세, 해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박사와 석사가 전체의 45·2% (1백42명), 학사가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떠받치고 있는 경건회는 매주 1회 재정·경제·교통부장과 중앙은행 총재· 정무위원등 11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 현안문제에 대해 활발한 의견교환을 하며 최종적으로 주요정책을 매듭 짓는다. 이회의가 항상 경제계인사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이다.
11명의 경건회 위원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관련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경제원로들이다.
대만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기술관료로 불려지고 있다.
한국경제를 철저히 분석, 연구하고 있는 조요동 정무위원(69) 이 경건회의 책임자인 주임위원직을 맡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속한 기술발전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는 그 자신은 미MIT 공대기계과를 졸업, 중국 강철 이사장· 재정부장을 거친 기술관료의 핵심 멤버다.
대만관료가 차분하고 과묵하다는 일반적인 인상과는 달리 그는 생각한대로 말하고 때로는 거친 표현을 하면서도 정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경건회 주임위원으로 그의 전임이었던 현 유국화 행정원장 (70)도 미 하버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후 IMF이사,재정부장·중앙은행 총재등 경제계에서 37년동안 활약했으며 지금도 행정부의 사령탑에서 총지휘를 맡고 있다.
정무위원 (장관급) 으로 경건회에 참석하는 이국정씨(74)는 컴퓨터등 대만의 정보산업 육성및 지원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관계나 업계에서 K·C·LEE로 통하는 이위원은 영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경제부장·재정부장등 주요 포스트를 거쳤다. 컴퓨터부문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욱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고있다.
미 코널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장계정 중앙은행총재 (63)도 교통·재정등 두 장관직 뿐만아니라 막강한 경건회 주임위원까지 두루 거친 재정·금융통이다. 이밖에 지난 6월에 선출된 이등휘 부총통은 미국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한후 중국 농촌부흥위원회 고문등을 역임했다. 지난 6월에 새로 재정·교통부장으로 임명된 두 장관만이 정치학을 전공한 젊은 엘리트일 뿐이다.
한국의 경제장관들이 1∼2년마다 한번씩 바뀌는 젊은 관료들임에 비해 대만의 경제장관들은 5∼10년씩 한자리에 머물러 꾸준하게 경제정책을 밀고 나간 60대전후의 원로들이다.
그들은 국민경제를 윤택하게 하는 방안을 찾되 절대 무리를 저지르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있다.
대만이 어려운 국제적 상황에서 정치적 안정을 이뤄나갈수 있었던 것은 권력구조가 이들 경제관료및 행정기술관료를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장총통의 후계자도 이들의 집단지도체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만의 경제관료들은 무슨일을 하고 있는가.
요즘 대만에는 「조요동 선풍」이 불고 있다. 이 선풍은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조요동 경건회 주임위원은 분초를 다투는 생사전은 「경제작전」을 어떻게 벌이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업계에 반도체·컴퓨터·자동화설비의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기술개발로 경제활력을 찾자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술부문에서 한국의 「행동쾌속」 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곁에는 왕소명 부주임위원등 6명의 기술관료 참모들이 모여 있으며 대만경제의 자유화· 국제화가 불가피한 현실정에서 기술무장없이는 「경량급 약체」를 면할 길이 없다는 조주임위원의 주장을 앞세워 각종 지원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서립덕 경제부장 (53) 이나 육윤강 재정부장 (58) 은 국영기업체를 국가소유· 민간경영의 형태로 전환시키면서 개인기업체들의 「만만적응」을 변혁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대북=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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