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 편집부국장겸 경제부장|경제에는 요행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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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경제에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같다. 씨뿌려 가꾸는 수고는 마다하고 어찌 열매 거두기를바라는가.
근검절약을 않으면서 저축늘기를 기대하는 사람, 외화아까운줄 모르면서 국제수지개선을 기대하는 사람, 시설·사람은 그대로 두고 생산성향상을 기대하는 사람, 좋은물건을 못만드는데 수출늘기를 기대하는사람,온갖시행착오를 다하면서 물가안정을 기대하는사람, 갖은 성금 다거두면서 기업재무구조개선 기대하는 사람, 세상이 잔치기분으로 들떠있는데 차분한 근로의욕을 기대하는 사람, 부실더미는 다안겨놓고 금융정상화를 기대하는사람, 자원배분이 삐뚤어져 있는데 경기좋기를 기대하는사람, 나는 바담풍하면서 우중은 바람풍하기를 기대하는 사람, 이루 다 헤아릴수 없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게 경제란 말이 있다. 심은대로 거둔다는 뜻이다. 요행을 바라선 안된다는 가르침도 담겨있다.
라인강의 기적이니,일본의 경리니하는 말들을 많이 쓰지만 그것들이 평지돌출로된것이 아니다.오랫동안 발전에너지가 축적됐다가 어떤계기를 맞아 폭발했을 따름이다.
오늘날 일본이 독야청청번영을 누리는것도 1차 오일쇼크이후 각고면여의 노력과·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가 찬탄해마지않던 한강의 기적도 하늘에서 떨어진것이 아니다. 각부문의 끝없는 향상욕구, 좋은인적자원, 선명한국가목표가 상승작용을한것이다. 얼핏보면 기적같지만 심은대로 거둔것이다. 집안살림도 그렇지만 나라경제는 무서울정도로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분수를 지켜 모두가 애쓰면 잘되는것이고 한눈팔고 흥청거리면 기우는것이다.
나라경제는 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탈이 더러늦게 나타날수는 있다.
안좋은 경기를 좋다고 우길수도있고 어디에 원인이있는지 어름어름할 시간이 있는것이다. 그러나 오래 못간다.
조상을 잘두어 물려받은 국부가 많거나 오일달러라도 [쌓아놓았다면 좀헤프게 굴어도 표가 안난다. 우리같이 달랑달랑한 살림은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국부는 저수지, GNP는 강우량에 비유될수 있다. 저수지가 커야 논·밭에 물을 많이 댈수있듯이 국부가 커야 경제저변이 큰것이다. 또 생활환경도 풍요롭다. 국부의 저수지는 GNP의 강우량이 모여서 커지고 더큰 저수지에서 더큰 GNP가 창출되는것이다.
비가와도 옆으로 새거나 잘못쓰면 저수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않는다. 1인당GNP가 좀 커졌다해서 당장 잘살게 됐다거나 GNP성장율이 높다해서 금세 선진국으르 올라서는것은 아니다.
우리의 국부로보아 아직은더 아끼고 더 일할때이지 흥청거릴때가 아닌것이다. 3·4분기 GNP성장률이 4.7%로 떨어진것은 어찌보면 올것이 온것이라 볼수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풀어졌으며 자원배분이 어떠했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심은대로 거둔것이다.
GNP가 크게끔 투자는 않고서 그것이 크기를 기대하는것은 경제를 마술로 착각하는 것이다.
3·4분기 성장률이 4.7%로 떨어졌다하여 크게 놀라거나 허둥댈 필요는 없다. GNP를 집계한 한은에선 괜히 미안해하며 크게 안알리려고 애까지 썼는데 그것이 더 문제다. 80년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때도 살아넘겼다.
4.7%의 성장률을 우리의 해이된 자세에 대한 경고신호로 삼아야한다. 자원배분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그동안 너무 분수를 모르고 헤프게 군것이 아닌지, 씨뿌리는 수고는 안하고 열매만 기대한것이 아닌지, 모든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것이 아닌지 하는것을 깊이 생각하여 고칠것은 빨리고치고, 풀어진 마음들을 가다듬어야 하는것이다.
저축이 늘려면 생산은 많이하고 소비는 줄여야하고, 생산성향상과 기술혁신을 이루려면 시설과 연구개발투자를 늘려야한다. 근로의욕을 높이려면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상대적 빈곤감을 .줄여야 하며,수출을 늘리려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체면때문에 금리를 억지로 묶어두어선 돈이 제대로 돌지않는다.
근검절약하여 자원이 생산부문으로 흘러가도록 모든노력을 다해야 하는것이다. 어떻게 고통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수 있는가. 그런 고통은 외면한채 구호로만 경제가 잘될수는 없다. 4.7%성장률이 불황이 아니라고 우긴다든지 무슨 해외경기나 올림픽에 핑계를 댄다든지 해선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지않는다.
거창한 구호나 말보다 할수있는 것을 하나씩 찾아 고통스럽게 시작하는 용기와 그것을 꾸준히 추진하는 인내가 더 절실한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다.
우리의 자원배분에 문제가있어 물건을 제대로 못만들때 『코리아는 올림픽을 치르느라 정신이없어 그러니 좀 물건이 시원찮더라도 사주자』는 선심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4.7%의 성장률이 전화위복이 될수있는 찬스는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경제를 마술로 생각하는 미망에서 벗어나야 그 찬스를 살릴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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